한국 남자농구가 최근 막을 내린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ABC)대회에서 사상 최악인 7위에 그쳤다. 이대로 간다면 한국농구는 안방에서만 인기 스포츠랍시고 폼을 잡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키 어렵다.
이번 대회에서 4강에 든 이란 중국 레바논 요르단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는 기량보다는 '준비과정'에 있다고 본다. 중국을 꺾고 우승한 이란은 지난해 60년 만의 올림픽 출전이 성장의 큰 동력이 됐다.
이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미국프로농구(NBA) 서머리그와 유럽의 스탄코비치컵 등을 치르며 착실하게 기량을 키웠다. 30, 40점차의 대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이나 유럽 선수들과 몸으로 부딪히며 꾸준히 자신감을 키워왔다. 레바논과 요르단도 오래 전부터 이란처럼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
반면 한국은 전력의 주축이 되는 프로선수들의 국가대표에 대한 의욕이 매우 부족하다. 선수들이 수억원의 연봉과 일부 마니아들의 박수에만 도취돼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외국인선수에게 의존하는 국내리그에서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선수들은 골밑을 버린 채 외곽으로 돌기 일쑤였다.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일대일 능력, 상대에 대한 전력분석도 매우 부족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한국농구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은 있다. 실질적으로 대표팀을 책임질 수 있는 전임감독을 두고 국가대표 상비군을 운영해야 한다. 선수 선발도 시간에 쫓기는 프로만 쳐다볼 게 아니라 대학의 우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한국농구연맹(KBL)과 대한농구협회(KBA)의 협조와 지원도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대표팀 기술 자문위원회도 구성해서 국제무대의 트렌드, 각국의 동향 등을 꾸준히 체크해야 한다. 중동세가 무서운 힘을 발휘하고는 있지만, 한국도 전임감독 등 대표팀 운영만 제대로 한다면 못할 게 없다.
내년에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지금부터라도 중국과 중동에 대비해야 한다. 남자농구의 아시아 7위는 '실수'가 아닌 '현실'이다.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할 때 한국농구 회생의 길이 보일 것이다.
최인선 전 SKㆍ기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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