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우주 기술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인공위성을 우주 발사체에 실어 보내고, 우주선에 사람을 태워 달에 보내는 우주 기술은 지금까지 남의 나라 얘기나 전문가들의 얘기로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주 기술은 이미 일상 생활 곳곳에 깊이 파고들었다. 인류는 우주 기술로 이미 우주 탐험 그 이상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 체온 모니터링 기술 운동선수에게 활용
2005년 8월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 운동장. 미식축구 선수들이 평소처럼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감독이 난데없이 한 선수를 연습에서 제외시켰다. 체온이 40도에 가까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온도계로 직접 재보지 않고도 감독이 선수의 체온을 알 수 있었던 건 알약 체온계 덕분이었다.
알약 체온계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존스홉킨스대와 함께 개발한 무선 체온 모니터링 시스템. 길이가 2㎝도 채 안 되는 알약에 초소형 온도 센서를 넣어 만든다. 사람이 먹으면 소화기로 흡수되면서 자기(磁氣) 신호가 만들어지고, 이 신호를 몸 밖에서 포착해 체온을 확인하게 된다. 18~30시간 뒤 알약은 몸 밖으로 배설된다.
뜨거운 여름 운동복과 장비를 갖추고 연습하는 선수들은 체온이 빠르게 상승한다. 40도가 넘으면 메스꺼움과 경련, 의식 장애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미리 막는 데 쓰이는 알약 체온계는 원래 우주 비행사를 위해 개발된 것이다.
우주선 밖으로 나가 여러 임무를 수행할 때 우주 비행사의 몸은 극심한 온도 차이를 겪는다. 예를 들어 태양 반대쪽은 영하 150도인 반면, 태양을 마주보는 쪽은 120도가 넘는다. 체온 모니터링은 이런 악조건에서 생존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 정수기와 선글라스도 우주 아이디어
폐수를 정화해 다시 사용하는 물 재생 기술도 우주인의 생존을 위해 나온 아이디어다. 우주선에는 충분한 물을 실을 만한 공간이 부족하다. 미국 마샬우주비행센터는 연료로 쓰고 남은 물이나 우주인의 목욕물, 우주선 안의 습기, 심지어 우주인의 소변까지 걸러서 깨끗한 물로 만드는 장비를 개발했다.
우주 물 재생 장비를 만드는 기술은 최근 여러 기업으로 이전됐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이는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돼 수인성 질병이나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지구촌 곳곳으로 전파될 전망이다. 정수기 역시 NASA가 1960, 70년대 우주 비행사의 식수에서 중금속과 악취를 걸러 주는 여과 장치를 개발하면서 나오게 됐다.
우주 공간에서 일하는 우주인은 지상에서보다 훨씬 많은 양의 빛과 방사선에 노출된다. 손상된 우주선을 용접할 때도 강력한 빛이 나온다. 눈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으면 염증이 생기거나 장기적으로 망막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제트추진연구소는 매와 독수리 같은 맹금류의 눈에 자외선은 막고 붉은색과 초록색 가시광선은 통과시키는 독특한 기름방울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바탕으로 염료와 산화아연 입자를 이용해 산 사막 스키장 사무실 등 다양한 빛 환경에 적합한 선글라스를 개발해 관련 기업이 기술을 이전받았다.
국내 인공위성 전문 기업 쎄트렉아이는 최근 인공위성이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받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술을 응용해 환경 감시기를 개발했다. 이 기기는 발전소 등에서 유출되는 인공 방사선과 자연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선을 구분해 낼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우주 기술은 이 외에도 많다. 좁은 우주선 안에서 편리하게 음식을 조리하는 기술이 전자레인지를 만들어 냈고, 달 사진의 선명도를 높이려고 개발한 영상 기술은 병원의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를 탄생시켰다.
한국은 이제 달에 갈 차비까지 서두르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기술이 우리 생활을 바꿔놓을지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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