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한국도 백신 구입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을 24일 벨기에 릭센사트에 있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백신사업본부, 26일 프랑스 리옹의 사노피파스퇴르 본사로 보내 회사 경영진과 국내 백신 공급 규모와 가격 협상을 벌였다.
정부는 내년 2, 3월까지 전 인구의 27%인 1,336만명에게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지만 현재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백신은 절반도 되지 못하는 500만~600만명분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백신을 생산하려면 적어도 5, 6개월이 걸린다. 백신은 생물학적 제제라 제조에 시간이 걸려 일반 알약처럼 약품 공장에서 대량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샘플을 확보하는 첫 단계부터 백신을 접종하는 마지막 단계까지의 백신 개발 과정을 알아본다.
■ 1단계: 신종 바이러스의 규명
전 세계에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연구소는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바이러스의 샘플을 모아 WHO 협력연구센터로 보낸다. WHO 협력연구센터는 샘플을 통해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실체를 규명하고, 바이러스를 백신 제조에 적합한 형태로 만들어 내는데 이것이 바로 종자균인 '백신균주(vaccine strain 혹은 vaccine virus)'다.
WHO 협력연구센터는 청정 달걀에서 잘 배양될 수 있는 백신균주를 만들기 위해 이 바이러스를 자신들이 보관하고 있던 '표준화한 실험용 바이러스 균주'와 혼합해 함께 자라게 한다.
그러면 안쪽에는 표준 바이러스 균주의 성분이 들어가고, 바깥 쪽에는 신종플루 균주의 성분이 포함된 '하이브리드 백신균주'(hybrid vaccine strain)가 만들어진다. 이런 하이브리드 백신균주를 만드는 데는 대략 3주일 정도 걸린다.
이렇게 만든 하이브리드 백신균주가 실제로 백신 제조에 이용될 수 있는지 확인 검사를 하는데 이 과정도 3주일 정도 소요된다. 확인 검사를 통해 백신 제조에 적합하다고 판정되면 WHO 협력연구센터는 백신제조사(GSK 사노피파스퇴르 노바티스 박스터 등)에게 하이브리드 백신균주를 공급한다.
이와 함께 WHO 협력연구센터는 하이브리드 백신균주 제조 과정에서 백신에 포함되는 바이러스의 양을 정확히 측정하고, 1회분(1도즈) 제조양을 정확히 포장하는 데 필요한 시약(reagent)을 만들어 제조사에게 공급한다.
■ 2단계: 백신 원액 제조
백신제조사는 하이브리드 백신균주와 시약 등 2가지를 공급받아 2, 3개월에 걸쳐 백신을 제조한다.
우선 9~12일 된 청정 유정란과 하이브리드 백신균주를 여러 조건으로 시험해 최적의 배양조건을 알아낸다. 이는 달걀 1개에서 가장 많은 백신 항원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다. 이 과정은 대략 3주일 정도 걸린다.
9~12일 된 유정란에 백신균주를 주입한 뒤 2, 3일 동안 배양하면 백신에 쓸 수 있는 바이러스가 생긴다. 수천 개의 흰자위에서 수백만 개의 백신 바이러스가 만들어진다. 그러면 백신제조사들은 백신 바이러스를 흰자위에서 분리한 뒤 바이러스 바깥을 싸고 있는 단백 성분을 정제한다.
수천 개의 유정란에서 얻을 수 있는 정제된 바이러스 단백 성분은 수백~수천ℓ가 된다. 이것이 바로 예방백신의 주 성분인 항원(antigen)이며, 백신 원액(vaccine bulk)이 된다. 이 과정을 거치는 데 2주일 정도 걸리며 필요한 백신 생산량을 얻디 위해 이 공정을 여러 번 반복한다. 제조사들은 이 백신 원액으로 백신 접종 1회분을 포장해 시판한다.
GSK 관계자는 "GSK의 경우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을 매년 7,500만 도즈를 생산하지만 신종플루 백신은 어느 정도 생산할지 아직까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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