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TV프로그램 'TV는 사랑을 싣고'나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를 보다가 헛된 욕망을 가진 적이 있다. 사회 유명인사 또는 스타가 된 친구 덕에 TV출연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근거없는 판타지.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동요를 부르고 자란 세대라면 쉬 공감할 듯하다.
충무로엔 친구 덕에 영화에 입문해 TV출연은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성공시대를 연 영화인이 적지 않다.
지난 주말 54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국가대표'의 음악감독은 인기 모던록 그룹 러브홀릭스의 베이스 연주자인 이재학이다. 그는 중앙대 재학시절 음악동아리 생활을 같이한 '절친' 김용화 감독을 따라 영화음악 세계에 첫발을 디뎠다. '미녀는 괴로워'의 음악 때문에 고민하던 친구에게 조언을 해주다 아예 음악감독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이재학 음악감독의 손길이 닿은 '국가대표'의 주제곡 '버터플라이'는 스키점프 선수들의 비상 장면과 함께 스크린의 청량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영화가 흥행 바람을 타며 '버터플라이'의 휴대폰 벨소리 다운로드와 통화연결음 누적 건수도 늘고 있다. '친구 좋고 친구 좋은' 상황이 된 것이다. 김 감독은 "요즘 둘이 서로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즐거움이 가득 찬다"고 말한다.
23일 역대 5번째로 '1000만 클럽'에 가입한 영화 '해운대'도 우정이 빚어낸 블록버스터다. 제작사 JK필름의 길영민 제작총괄 이사와 김휘 시나리오 작가는 윤제균 감독과 부산 동래중 동기생이다.
윤 감독이 2005년 '1번가의 기적' 제작에 들어갈 때 전시기획자인 길 이사와 부산에서 활동하던 김 작가에 도움을 요청하면서부터 셋은 한솥밥을 먹게 됐다.
조성우 영화음악감독도 연세대 철학과 동기인 허진호 감독의 단편 '중고를 위하여'의 음악을 맡으며 영화 일을 시작했다. 우정은 허 감독의 장편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최근작 '행복'까지 이어졌고, 조 감독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을 맡으며 한국 영화음악의 중심이 됐다. "친구는 잘 사귀어야 한다"는 어른들 말씀, 맞긴 맞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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