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세계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잇따라 선언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언한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사진) 뉴욕대 교수는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비관론을 고수했다.
루비니 교수는 24일자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선진국의 경제침체는 연말이 되어서야 끝날 것이며, 회복세가 시작되더라도 유동성 회수의 딜레마와 상품가격 급등 등의 이유로 다시금 침체에 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우선 현 경제상황에 대해 호주와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일부 선진국과 중국 인도 브라질 등 대부분의 신흥시장은 이미 경제회복이 시작됐지만, 미국과 유럽의 신흥시장은 올해 말까지는 공식적으로 경기침체 종료를 선언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또 경기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그 강도는 매우 약한 'U자형'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의 실업률이 높고 은행들은 계속 대출을 늘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정부의 구제금융 덕분에 진정한 레버리지(차입) 축소가 일어나지 않았다. 금융위기 당시 붕괴된 그림자 금융시스템(투자은행, 헤지펀드 등)이 온전히 부활하지 못했고, 기존의 상업은행들도 여전히 대규모 대출손실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루비니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이른바 '출구전략'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취하더라도 결국은 더블딥 위험을 키울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른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세금을 인상하고 정부 지출을 줄이며 금융시장의 과잉유동성을 조이기 시작한다면 경기회복을 저해할 것이다.
이는 곧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을 합친 이른바 '스태그-디플레이션(Stag-deflation)'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반대로 정부가 대규모 재정적자를 그대로 유지하면 시장의 인플레이션 전망을 키워 정부 채권가격이 폭락하고, 이에 따라 정부의 조달비용이 증가해 장기적으로는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병행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상품가격의 폭등도 심각한 우려 요소로 지적했다. 지난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5달러를 돌파하자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교역조건이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도 크게 축소되는 충격을 경험했다. 우리나라도 같은 이유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루비니 교수는 투기 수요로 국제 유가가 100달러에 이르면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재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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