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문단의 이명박 대통령 면담에 대해 미 행정부는 아무런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문단의 한국 내 일정이 휴일인 주말에 이뤄진 때문도 있지만,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정책 및 대북제재와 조문단 활동은 별개라는 미국의 일관된 대북 인식이 작용한 결과라는 게 워싱턴 시각이다.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을 타진했다는 국내 일부 언론보도를 청와대가 부인했으나 미 행정부는 북한이 유화적으로 돌아선 일련의 흐름에 대해선 일단 긍정적이다. 여기엔 남북간 해빙이 북미간 대화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다만 정상회담 같은 최고위급 회담은 국내외적 정치ㆍ외교 상황에 의해 결과가 크게 좌우된다는 점에서 정상회담을 앞세운'하향식 협상'방식에 대해 미국이 유보적 입장을 가질 수도 있다.
나아가 미국은 북한의 진정성을 여전히 우려한다. 북한은 한반도에서 핵 및 미사일 위기가 조성된 지난 20년 동안'도발과 협상'을 되풀이해왔다. 특히 한미의 새 정부 초기에는 협상 주도권을 위해 위기의 강도를 한껏 올렸다가 보상을 대가로 협상 기조로 돌아서는 행태를 반복했다.
미 행정부의 유보적 태도에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촘촘한 제재가 북한의 변화를 압박했을 것으로 보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이런 유화책에 성급한 반응을 보일 경우, 북한은 다시 보상만 얻은 채 핵포기 없이 밀고 당기는 지리한 줄다리기를 벌일 것이라는 시각도 엄존한다.
결국 북한의 접근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북한이 핵폐기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느냐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 다만 이런 신중함을 유지하면서도 머지 않은 시기에 미국이 어떤 형태로든 북한과 양자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북한의 유화제스처를 계속 외면하기 어렵고,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은 중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이와 관련,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다음달 초 한국 중국 일본 등 6자회담 관련국 순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순방이 성사되면 보즈워스 대표는 6자회담을 비롯한 '다자대화'의 재개 방안을 관련국과 협의하면서 6자회담으로 가기 위한 북미 양자회담의 선행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한편 방한중인 필립 골드버그 미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은 24일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활성화 문제 등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와 무관하다는 뜻을 밝혔다.
골드버그 조정관은 이날 오전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 2차 핵실험 제재 원칙을 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1874호)도 경제 개발이나 인도주의 목적은 예외로 하고 있다"며 "(금강산 관광, 개성관광, 개성공단 개발 같은) 이런 이슈들은 현 단계에서 안보리 결의와 무관하다는 게 내 평가"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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