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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하필 휴가때"… 아프간 전황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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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하필 휴가때"… 아프간 전황 악화

입력
2009.08.30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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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금 휴가 중이다. 취임 7개월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오바마로서는 고대하던 시간일 것이다. 그러나 9일간의 첫 휴가가 기대만큼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면하고 있는 국내외 정세가 다급한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최대 안보 현안인 아프가니스탄 정세가 심상치 않다. 아프간 주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 지휘관들은 23일 아프간을 방문 중인 리처드 홀브루크 아프간ㆍ파키스탄 특사에게 파키스탄 접경 아프간 동부 지역의 탈레반을 소탕하기 위해 더 많은 병력과 물자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전황이 극히 좋지 않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말이다. 아프간 전황이 악화할수록 여론은 더 차가워져 병력 증파가 점점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이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50% 이상이 '아프간 전쟁은 싸울 만한 가치가 없다'고 보고 있으며, 미군 증파에 찬성한 사람도 25%에 불과했다.

경제위기 극복 등 현안은 산적했는데, 취임 7개월이 지나도록 일할 사람도 제대로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상원 인준을 필요로 하는 행정부 고위 정무직 중 57%는 아직 자리도 채우지 못한 상태라고 24일 보도해 휴가 떠난 오바마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존 맥휴 육군장관 지명자가 공화당의 반대로 인준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AID) 처장도 자리가 비어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아프리카 개발원조를 논의하기 위해 이달초 아프리카를 순방했지만, 정작 실무 책임자는 없는 촌극이 벌어진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 주요국 정상들과 활발히 접촉하고 있는 핵군축 문제에서도 해당 부처 차관보가 아직 인준되지 않은 상태다. 이외에도 교통안정청(TSA) 청장, 세관국경방위국(CBP)과 마약단속국(DEA), 연방알코올담배총포국(ATFE) 국장, 국토안보부 정보국장 등 핵심 포스트가 공석이다.

부유층 휴양지인 매사추세츠주 마서즈비니어드 섬을 휴가지로 선택한 것에 대해서도 적절치 않다는 비난이 많다. 인터넷 정치매체인 폴리티코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휴가를 통해 가족과 휴식을 취하는 한편으로 산적한 현안에 대해 심사숙고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된 이유를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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