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개학한 서울 양천구의 A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 화제는 단연 신종플루였다. 서로의 이마를 짚으며 "감염된 것 같다"며 장난을 치면서도 불안한 표정은 감추지 못했다. 고열 증세로 등교하지 못한 학생이 1명 있는 데다, 인근 B고등학교는 해외에 간 적 없는 학생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이날부터 사흘간 휴교에 들어가 불안감이 가중되는 분위기였다.
3학년 강모양은 "수능도 얼마 안 남아 학교에 있는 시간이 많을 텐데 옆 학교가 휴교하니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다른 학교 친구들과 자기 학교에 환자가 있는지 문자로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건 담당인 권모 교사는 "열을 재러 온 학생이 오늘 하루만 30여명이나 됐다"며 "백신이 11월에나 공급된다는데 그 전에 손씻기 등 예방법을 좀더 철저히 교육시키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종플루 공포로 개학철을 맞은 학교들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학교마다 해외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됐거나 고열 등 의심 증세가 있는 학생과 교사의 등교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집단 전염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날 개학한 서울 강북구의 한 중학교에선 등교 제한 대상인 귀국 7일 이내 학생 11명 가운데 4명이 학교에 나오자 부리나케 돌려보내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학교 보건교사는 "열이 있으면 보건교사에게 휴대폰으로 알리라고 했더니 오전에만 문자 메시지가 17통이나 와서 모두 병원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서울의 한 중학교에선 이들을 기숙사에서 1주일 동안 나오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취했다. 한 교사는 "일부 학교에서 수업 차질을 우려해 교사들에게 귀국 날짜를 허위 기재하게 한 뒤 출근시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개학을 늦추거나 임시 휴교하는 학교도 속출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이날에만 22개교가 개학 연기나 휴교를 결정, 모두 38곳이 학교 문을 닫았다.
서울에선 양천구 B고에 이어 영등포구의 한 고교에서 확진 환자가 4명 발생해 두 번째로 휴교에 들어갔다. 신종플루 사망자가 발생했던 경남에선 학생 환자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16개교가 문을 닫았다.
이 같은 수치는 초등학교들이 대거 개학하는 25~26일을 거치면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방학 중 해외 체류 비율이 높은 사립초등학교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교 홈페이지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의심 증상이 있는 학생은 미리 학교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신종플루에 감염된 학생 숫자는 경기 14명, 대전 9명, 서울 7명 등 모두 65명. 교육 당국은 학교에서 집단 발병이 일어나면 신종플루의 '가을철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등교 제한이나 휴교 조치와 함께 일선 학교의 환자 발생 현황을 매일 집계하고 있다. 또 수학여행, 가을소풍, 운동회 등 집단 행사를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전염을 차단할 근본적 대책은 없는 터라 현장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감은 "확진 학생이 생겨도 학교에선 등교 정지 외엔 딱히 방법이 없다"며 "신종플루에 감염되더라도 감기 증상과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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