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캐나다, 이탈리아 등이 스위스 최대은행 UBS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300년 이상 비밀주의를 고수해온 스위스 은행이 최대의 위기에 처했다.
미 국세청이 UBS로부터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인 4,450명의 계좌 정보를 넘겨받기로 합의하면서 다른 나라들도 잇달아 UBS에 탈세 혐의자들에 대한 계좌 공개를 요구할 전망이다.
장 피에르 블랙번 캐나다 국세장관은 "다음달 초 UBS 관계자들과 만나 자국민 비밀계좌에 관한 정보제공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며 비밀 자금 추적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고 AFP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재산 해외도피 혐의가 있는 17만 여명의 자국민을 조사하는 등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수세에 몰린 UBS는 계좌정보가 공개된 미국인 고객들 역시 '무고한 희생자'는 아니라며 일부 계좌의 정보 공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카스파 빌리저 UBS 회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인) 고객들은 자신들이 빼돌리려고 하는 게 뭔지 잘 알고 있고, 은행이 그 일을 잘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며 쏟아지는 비난에 맞대응 했다.
빌리저 회장은 "이런 조직적인 행동이 미국에서만 발생한 것으로 믿고 있다"며 조직적인 탈세 협력행위는 부인했지만 "직원이 7만 여명에 달해 문제가 더 이상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탈세혐의를 도운 스위스 변호사와 UBS 은행직원에 대한소송을 잇따라 제기하는등압박을 계속하고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 미국인 건설업자의 자산 2억달러를 은닉해 720만달러에 달하는 탈세를 도운 UBS 소속 프라이빗 뱅커가 미 플로리다 지방법원에서 3년4개월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고 보도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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