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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흉보면서도 보게 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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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흉보면서도 보게 되는 이유는…

입력
2009.08.3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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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의 이름이 쉴새 없이 호명되며 시청자의 귀를 황홀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커리어 우먼들의 치열한 생존경쟁과 사랑에 무게 중심을 둔 동명 원작 소설과 달리 재벌 2세가 등장해 그렇고 그런 '실장님 드라마'의 변형된 틀을 보여준다. 패션잡지 신참 에디터 이서정역을 맡은 이지아에 대한 연기력 논란까지 거세다.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에서 야유 소리가 환호성을 앞지른 지 오래. 그래도 패션잡지 종사자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SBS 주말드라마 '스타일'은 시청률 20%선을 오가며 주말 밤 드라마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24일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주 시청률 17.8%을 기록, KBS2 '천추태후'와 함께 전체 지상파TV 프로그램 주간 시청률 중 3위를 차지했다. 과연 '스타일'은 시청자들의 소리 없는 지지를 어떻게 얻은 것일까.

■ 김혜수의 '엣지'에 꽂혔다

'스타일'은 앞서 방송된 '찬란한 유산'이 남긴 '후광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 많다. '찬란한 유산'은 종영방송에서 45.2%(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하며 올해 시청률 1위에 올랐다.

KBS2 '천추태후'와 MBC '친구, 우리들의 전설'의 예상 밖 부진도 한 몫 했다. 이들 주말 밤 드라마들은 '권력의 공백기'에도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스타일'이 '찬란한 유산'의 후광을 업고 주말 밤 무주공산에서 손 쉽게 강자로 떠오른 것이다. 직장인 김남숙(33)씨는 "'스타일'에서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볼게 없어 본다"면서 "'찬란한 유산'을 보던 습관이 이어져 계속 시청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타일'만의 강점을 무시할 수 없다. 시청자들이 꼽는 '스타일'의 최고 매력 포인트는 김혜수가 연기하는 박기자이다. 많은 젊은 여성들이 '엣지 있게'라는 말과 함께 일이라면 무덤에까지 싸 가지고 갈 듯한 박기자에게서 프로 근성을 배우고 쾌감을 느낀다.

완벽한 일 처리로 패션잡지사 편집장에 오르고, 많은 나이에도 젊은 남성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는 점이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기도 한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박기자를 찌질한 노처녀로 만들지는 말아달라" "서우진(류시원)과 이어지게 해달라" 등의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 2030 여성 세태 반영에 공감

젊은 여성들의 세태를 적극 반영한 점도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제 막 패션잡지에 발을 디딘 서정의 좌충우돌 생활이 2030 여성들의 정서를 자극한다. 특히 서정이 회사 선배 김민준(이용우)과 사랑을 배제한 계약 동거를 하며 삶의 조언 등을 얻는 부분에 공감하는 여성들이 많다.

직장인 박명인(28)씨는 "동거까지는 몰라도 직장의 남자 선배와 정서적 교류를 원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며 "서정과 민준의 모습을 통해 이상적인 남녀 관계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웬만한 2030 여성이라면 알아 볼만한 명품 의류와 구두 등의 소품들을 자주 등장시킨 점도 시청률을 뒷받침하고 있다. TV를 보면서 아이쇼핑 한 듯한 즐거움을 얻고, 시청자 게시판에 해당 브랜드를 묻고 답하고 구매하는 과정이 짭짤한 재미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스타일'의 이현직 책임프로듀서는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이 먼저 협조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반응이 좋다"며 "20~30대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내용이 인기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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