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FGM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FGM

입력
2009.08.30 23:48
0 0

얼마 전 한비야씨가 여성 할례의 참상에 대해 알렸다. 지구상에 아직도 그런 미개한 나라가 있느냐고 놀란 이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소말리아 출신의 모델 와리스 디리의 자전적 이야기 '사막의 꽃'을 읽기 전까지도 그저 풍문으로 떠도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지금도 아프리카에서는 해마다 200만명의 소녀들이 그 처치에 여린 몸을 내맡기고 많은 소녀들이 후유증으로 사망한다.

불결하고 음탕한 곳이니 아예 도려내거나 꿰매어 없었던 걸로 치자는 극단적인 생각이 만들어낸 여성성기훼손(FGM). 지구상의 1억 5,000만명 가량의 여자들에게 이 상흔이 남아 있다. 놀라운 것은 전통이라 불리는 이 야만적인 행위가 이슬람 경전인 코란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순결한 처녀를 아내로 맞으려는 남자들이 만들어낸 폭력일 뿐인데 어머니들은 대항 한번 해보지 않은 채 솔선수범 딸들을 이 악습에 내맡겼다. 딸들이 좋은 곳으로 시집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다행히 우리의 몸은 할례의 칼자국을 피해갔다.

하지만 유구하게 세습되어온 이 흔적, 누가 우리의 정신에 칼자국을 내었나. 불과 얼마 전 딸만 내리 둘 낳았다며 한숨 쉬던 젊은 엄마를 보았다. 28주 이상 된 태아의 성감별이 허가된 지 채 일 년이 되지 않았다. 그 엄마의 얼굴 위로 먼 나라 어느 부족의 늙은 여인의 얼굴이 겹쳐졌다.

소설가 하성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