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감독의 영화 '해운대'가 23일로 관객 1,000만을 돌파함에 따라 한국영화 흥행 빅5 명단에 올랐다. 이 가운데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뺀 3편, '해운대' '괴물' '왕의 남자'의 음악은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이병우가 만든 것이다.
그는 최근 개봉한 '마더'를 비롯해 '장화, 홍련' '스캔들_조선남녀 상열지사' '그놈 목소리' '호로비츠를 위하여' '연애의 목적' '분홍신' 등 20여 편의 영화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그가 음악을 맡은 영화는 잘 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성적이 좋다.
대박 영화의 잘 나가는 음악감독으로 좀 의기양양할 법도 한데, 그에게 '해운대'의 성공 소감을 묻자 덤덤한 답변이 돌아왔다.
"흥행을 생각 안 한 건 아니지만, 가능한 한 감독과 스태프들이 원하는 것에 맞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지 않았나 싶어요. 어휴, 윤제균 감독이 고수예요. 음악을 모른다고 하면서도 제일 말 많이 하는 감독이죠. '제가 너무 몰라서 그러나요' 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바꿔달라고 하는데, 저항도 못하고 끌려간다니까요. 속지 말고 끌려가지 말자, '해운대' 하면서 배운 거예요, 하하."
음악은 영화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영화 작업에서 영화의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마지막 무기가 음악이죠. 감독이 원하는 바가 잘 부각되지 않았을 때 거기에 다가가는 멜로디를 입혀준다든지, 어느 부분의 수위를 낮춰야겠다 싶으면 음악을 건조하게 쓴다든지 해서 조절하는 거죠. 전에는 잘 몰랐는데, 하면 할수록 영화에서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어요."
영화에서 음악 작업은 촬영이 끝난 뒤 시작한다. 곡을 만들고 연주하고 녹음해서 영화에 입히는 과정을 보통 석 달 안에 마친다. 나중에는 정신없이 쫓긴다. '해운대'는 '마더' 개봉 후에야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 시간이 더 모자랐다고 한다.
"성격 때문인지, 영화 한 편 끝낼 때마다 해냈다는 뿌듯함보다는 늘 아쉬움이 남아요. '해운대'도 그래요. 마지막 쓰나미 장면에서 음악이 믹싱 과정에서 다른 사운드에 묻혀 잘 들리지 않게 된 게 제일 아쉽죠."
영화의 음악감독으로서 가장 속 상하는 순간은 공 들여 만든 음악이 편집 과정에서 잘려나갈 때라고 한다.
"그럴 땐 참 가슴 아프죠. 후배가 그러더군요, 영화음악 하면서 어른 됐다고. 독집 음반은 제 맘대로 할 수 있지만, 영화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작업하는 거니까 제 고집만 내세울 수도 없죠. 감독과 의견이 달라 충돌하는 건 늘 있는 일인데, 저는 전체적으로 감독의 뜻을 따라가는 편이죠.
저는 음악만 보고 감독은 전체를 보는 사람이니까요. 저는 제 음악이 영화에서 되도록 확 띄지 않게 하려고 해요. 음악이 영화를 기억하게 하는 한 부분이었으면 좋겠다 바랄 뿐이지, 영화로 곡을 띄우겠다는 생각은 안 해요."
영화음악 작곡가로 알려졌지만, 그의 본령은 기타리스트다. 기타로 음악을 시작했고 서울대 음대에서 클래식 기타를 가르친다.
"제겐 영화음악보다 기타가 더 중요해요. 이제부터는 기타에 집중하려고 해요. 만나는 사람마다 독주회 언제 하느냐고 묻는데, 10월 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해요. '마더'와 '해운대' 음악의 오케스트라 연주와 기타 독주로 꾸밀 거예요. 많이들 보러 오세요."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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