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청와대 등에 국방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항의는 전례 없는 일로 군 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발로 비칠 수도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정부 소식통은 25일 "이 장관이 국방 개혁 및 내년도 국방 예산안 편성 등에 관한 소신을 담은 편지를 작성해 오늘(25일) 정정길 청와대 대통령실장 등 네 곳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편으로 전달된 이 편지의 수신인은 정 실장을 비롯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ㆍ경제수석, 기획재정부 장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은 편지를 통해 현 정부 들어 이뤄지고 있는 국방 예산 삭감 움직임에 대해 강한 톤으로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경제의 논리로 안보를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국방부는 7월 9일 2010년 예산안을 전년 대비 7.9% 증가한 30조 7,817억원으로 편성해 제출했으나 청와대는 감액을 지시했다. 더욱이 장수만 국방부 차관은 이달 초 대폭 축소한 예산안을 청와대에 다시 보고했는데, 이 장관은 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
이와 관련, 이 장관은 이날 편지에서 차관이 단독으로 청와대와 국방 예산을 협의한 것은 '하극상'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월 취임한 장 차관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선거공약과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정통 경제관료로, '실세 차관'으로 통한다.
일각에서는 개각을 앞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불거진 이 장관의 '돌출 행동'이 아니냐는 시각을 내놓기도 한다. 차관이 예산을 편성하고 조율하는 것은 일견 자연스럽다는 점에서다. 설령 차관에게 문제가 있더라도 대응방식이 지나쳤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3월 정부 출범과 함께 취임한 이 장관은 잦은 말 실수 등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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