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는 흥미로운 히트곡이다. 이 노래는 대중이 이른바 '후크송'을 들었던 이유를 짚는 동시에, 그것을 새로운 트렌드로 발전시킨다.
대중이 음악을 3초 가량의 벨소리로 소비하곤 하는 요즘, 가요의 멜로디는 더 짧은 시간에 더 '꽂히는' 구성으로 변한다. 원더걸스의 '텔미'는 후렴구에 간단한 영어를 반복시켜 '후크송'의 모델을 제시했고, 손담비의 '미쳤어'는 '미쳤어'로 시작되는 강한 후렴구를 아예 곡의 맨 앞에 놓았다.
여기에 소녀시대의 'Gee'는 단 한 단어인 'Gee'를 반복하고, 곡 전반에 '너무너무', '반짝반짝' 같은 단어를 배열해 어디서든 사람들의 귀를 갈고리(후크)마냥 낚아챘다.
'아브라카다브라'는 이 자극의 핵심을 후렴구의 반복 대신 곡 앞부분의 가사에 뒀다. '이러다 미쳐 내가/여리여리 착하던 내가/너 때문에 돌아 내가'처럼 각운이 강조된 가사는 끊임없이 대중의 귀를 자극하고, 여기에 음향 효과가 걸린 보컬의 목소리로 자극을 더한다.
몇몇 '후크송'이 후렴구만 강조하는 구성으로 대중에게 멜로디를 강요했다면, '아브라카다브라'는 곡의 처음부터 '후크'를 들려주면서도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의 달인으로 유명한 지누는 긴장감이 부각된 리듬으로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아브라카다브라'에서 보여준 섹시 컨셉을 가능케 한다.
가사에서 비슷한 시도를 한 걸그룹 2NE1의 '파이어'가 강한 힙합 비트로 활기찬 소녀의 스타일을 제시했다면, '아브라카다브라'는 테크노 클럽에서 보다 과감하고 성숙하게 섹시함을 드러내는 여성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아브라카다브라'는 현재 대중 음악계에서 트렌드의 수용과 변화가 어떤 의미인지 보여주는 동시에, 음악과 스타일이 한 몸처럼 붙어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그들이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같은 '빅3'에 소속되지 않으면서도 계속 차트 상위권을 유지하는 '최선의 2등'일 수 있었던 이유다.
가창력을 강조한 '여자 브라운아이드소울'로 데뷔했던 그들은 '어쩌다'로 '후크송'의 시대에 적응했고, '아브라카다브라'에서는 한 발 더나가 일렉트로니카를 수용하고, 음악과 패션에서 그들만의 스타일을 제시한다.
트렌드를 빠르게 감지하고, 그것을 음악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빅3'가 아니어도 주류 음악계의 핵심에 남을 수 있다. 그래서 브라운 아이드 걸스는 올 상반기 쏟아진 걸그룹중 가장 인상적인 성공사례다. 그리고 브라운 아이드 걸스는 최근 각종 차트에서 드디어 1위를 기록했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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