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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흔들리는 차이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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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흔들리는 차이메리카

입력
2009.08.30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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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권주의가 태평양 건너 중국의 앞뜰 동아시아까지 미쳐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듯이 이번엔 주객이 바뀌어 중국의 패권주의가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에 밀려들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중남미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간 각축과 힘의 재편을 '미국의 뒷마당에 똬리를 트는 용'이라는 표현으로 압축했다.

중국은 우선 정치적 접근을 배제한 채 경제적 물량공세로 중남미의 문을 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런 신중함에도 불구, 중남미 지역이 갖는 정치ㆍ군사ㆍ경제적 민감성 때문에 중국과 미국이 돌연 중남미에서 갈등과 반목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중남미 국가들 '애증의 미국, 반가운 중국'

미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은 중남미지역에서 올해 상반기 눈에 띄는 통계가 나왔다. 중국이 최초로 올해 상반기에 브라질의 최대 수출국이 된 것이다. 미국과 중남미 각국의 관계가 정치적ㆍ군사적 애증으로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경제를 앞세워 중남미를 품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중남미의 교역 규모는 2003년 이후 연평균 40%씩 증가했다.

중남미 국가들에서 중국의 인기는 높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중국은 이달 초 아르헨티나에 100억 달러에 이르는 위안화 통화스와프를 제공했고,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진 자메이카에 1억3,800만 달러를 빌려줬다. 중국 후진타오 주석은 5월 베이징에서 브라질 루이즈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석유화공그룹이 브라질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에 100억달러를 빌려주고 대신 10년간 하루 20만 배럴의 원유를 받기로 합의했다.

중국의 진출이 결국 중남미 경제를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중국은 보유한 막대한 달러를 무기로 중남미에서 자원개발권 취득에 열을 올리면서 교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미국도 버락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남미 좌파정권에 대해 기존 강경 일변도에서 탈피, 새로운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경제적 공세에 맞서 이른바'스마트파워'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6월 온두라스에서 쿠데타가 발생, 군부가 장기집권하던 좌파 정권을 무너뜨리자 오바마는 이례적으로 쿠데타를 비난했다.

7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태도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이 온두라스 좌파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유도했다고 의심하는 눈초리도 없지 않다. 특히 콜롬비아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협상이 타결되면서 중남미의 미국에 대한 반감은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미국식 유화 정책이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중국의 정치 무간섭주의, 언제까지

중국의 중남미 진출이 두드러지지만 아직 중미가 반목하지 않은 이유는 중국이 철저히 정치적 호불호(好不好)를 배제한 접근방식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대 팬 웨이정치학 교수는"중국은 중남미 지역에서 정치적 논란을 원치 않고, 군사를 배치할 생각 같은 것은 추호도 없다"며 "과거 피노체트 독재시절에도 중국은 칠레와 원만한 관계를 맺었었다"고 말했다. 브라질 주재 중국대사는 "중국과 라틴아메리카와의 관계가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미국에) 강조해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의'정치 무간섭주의'는 언젠가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미국과의 원만한 관계'와 미국의 적대국가인'베네수엘라에서의 원유개발권' 중에 한가지 택해야 할 날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2007년 차이메리카(China+America의 합성ㆍ중국과 미국이 공조하며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의미)라는 단어를 만들었던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2년 만에 '차이메리카'의 종언을 예고했다. 이는 중남미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두 '슈퍼파워'가 충돌할 수도 있음을 뜻한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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