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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中企, 뭉쳐야 산다] <1> 한국씽크공업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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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中企, 뭉쳐야 산다] <1> 한국씽크공업협동조합

입력
2009.08.3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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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방화동 한국씽크공업협동조합 내 한국주택가구시험원. 연구원들이 씽크대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다. 입체 분석기를 이용해 규격을 검사하고, 포름알데히드 방사량을 측정한 뒤 내구성을 테스트하는 등 손놀림이 바빴다.

시험원 관계자는 "생산 공정 등 60가지가 넘는 검사를 거쳐 싱크대가 현장으로 간다"며 "현장 설치 뒤에도 최종 적합 판정을 받아야 단체 표준 인증 마크와 보증서를 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합이 품질을 인정했다는 증거라 꼼꼼히 따져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씽크조합은 1983년 설립 이후 25년 넘게 '품질과의 전쟁'을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고 소비자에게 인정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씽크조합은 품질에 대해서는 지독하리만큼 까다롭다. 자체품질검사조합 1호, 단체표준품질인증단체 1호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특히 2000년 문을 연 주택가구시험원은 2003년 국제공인시험인증기관(KOLAS)과 2006년 공인검사기관 인증을 받았다.

심지어 KS마크보다 더 철저하게 제품을 뜯어보는 것으로 정평이 났고, 대한주택공사는 아예 시방서(납품 기준서)를 씽크조합 단체표준 인증으로 대신할 정도이다.

최정식 이사장은 "여러 중소기업들이 만든 제품이 제각각 품질이 다르면 신뢰도도 그 만큼 낮아진다"라며 "조합이 철저하게 관리해 어떤 업체가 만들어도 품질에 차이가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합 측은 제품 설치 후에도 1년에 한 번 정기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시험원은 조합원뿐만 아니라 대기업을 포함한 외부 업체까지도 품질 검사를 의뢰할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으며 수수료 수입은 조합의 곳간을 늘리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리를 잡을 때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장영목 전무는 성공 비결을 "당장 오늘 공장 돌리기도 빠듯한 조합사에게 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말은 사치처럼 느껴졌다"면서 "하지만 함께 뭉쳐야 살 수 있다고 설득했고 조합의 수익이 생길 때마다 시설 투자 및 품질 개선을 위해 재투자했다"고 말했다.

공동 구매 역시 씽크조합이 남들보다 일찍 공을 들여 큰 성공을 거둔 경우이다. 조합은 1984년 스테인레스 강판 파동 등을 비롯해 일찍부터 주기적으로 공급 파동을 겪는 원ㆍ부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조합사들이 물건을 제때 만들어 납품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공동구매에 나섰다.

하지만 조합사들은 기존 대리점 거래 때보다 조합을 통한 공동 구매가 더 비싸다며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원자재 공급 업체는 물건만 가져가고 물건 값은 제 때 치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씽크조합이나 회원사를 위해 따로 물량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조합은 자금력을 키워 물량을 대량으로 확보하고 조합사에게 이를 보다 싸게 공급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시험원 수수료 수입 등 각종 수입을 차곡차곡 모았고 이를 원자재 공동 구매에 적극 투입하면서 공급 업체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2004년에는 조합이 직접 국내 최대 파티클보드 생산업체 동화기업과 대리점 개설 계약까지 맺을 정도로 신뢰를 얻었다. 장 전무는 "친환경 보드를 큰 걱정 없이 공급 받을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이렇게 확보한 물량을 대리점 보다 10% 이상 싸게 조합사에게 제공했다. 최 이사장은 "조합에서 모은 40억 원을 활용해 대규모로 원ㆍ부자재를 구입하고 있는데, 조합사에게는 외상 기간을 확보하는 효과도 내고 있다"라며 "회사 자금 사정이 다 드러난다는 이유로 담보와 지급보증서 제출을 꺼리던 조합사들이 공동 구매 효과를 보고서는 두말 없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홈페이지 '이마켓 플레이스'를 통해서만 공동 구매가 가능한데도 반응은 뜨겁다. 특히 지난해 초 원자재 파동 때 원자재를 큰 걱정 없이 확보하면서 2008년 공동 구매 규모가 400억 원(2007년 약 246억 원)을 넘어섰을 만큼 조합사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IBIS'라는 공동 상표 역시 조합을 중심으로 뭉쳐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운 계기이다.

현재 씽크조합이 품질을 보증한 조합사 제품은 'IBIS'라는 공동 상표를 달고 대한주택공사, SH공사, 국회, 대통령경호실 등 전국 관공서, 학교, 병원 등 200여 곳에 납품하고 있다.

조합에서 판매 전략도 짜고 거래선도 뚫고 디자인과 기술 수준을 높이는 일을 주도하기에 조합사는 품질 좋은 제품만 만들면 된다. 물론 시장에서도 씽크조합이 품질을 보증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난해만 1,000억원 가까이 팔렸고 올해는 1,200억 원 실적을 내다보고 있다.

최 이사장은 "분양가 상한제 실시 이후 건설 경기 침체, 세계적 금융 위기, 원자재 가격 상승 등 3중고를 겪으며 씽크대 시장 역시 불황"이라며 "하지만 조합을 중심으로 조합사 모두 품질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충분히 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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