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그리스 전역에서 발생한 90여 개의 크고 작은 산불이 시속 60㎞ 이상의 강풍을 타고 번지면서 마라톤의 고대 유적지가 소실될 위험에 처했다. AP 통신 등 외신들은 이번 산불이 2007년 76명의 사망자를 낸 화재를 능가하는 그리스 최악의 자연재해라고 23일 보도했다.
폭염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번 대형 산불은 21일 아테네 북동부 40㎞에 위치한 그라마티코에서 발화, 주말 동안 1억4,000만 평방미터를 태우고 팔리오 펜델리, 피케르미, 디오니소스 등으로 급속히 번졌다.
때마침 불어온 강풍을 타고 맹렬한 기세로 남하한 불길은 23일 아테네 북부 15㎞지점에 다다랐고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총리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테네 동북쪽 23㎞에 위치한 아지오 스테파노스 등에선 대피령이 내려져 주민 수만명이 남쪽으로 탈출하기에 이르렀다.
23일까지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지만 강풍으로 화재의 진행경로를 예측하기 힘들고 송진을 가득 머금은 소나무 숲을 만난 불길이 10m 높이로 치솟아 소방당국이 애를 먹고 있다.
불길은 급기야 마라톤 시 박물관과 유적지를 위협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마라톤 박물관의 경비원들에 따르면 불은 박물관 정문 50여m까지 다가왔고 2500년 된 신전이 위치한 람누스 유적지도 소실 위험에 처해있다.
하지만 시 소방당국이 사용할 수 있는 소방차는 2대에 불과하고 소방대원들도 지친 상태여서 화마로부터 유적지를 지켜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양동이와 삽에 의지해 화마와 맞서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스피로스 자가리스 마라톤 시장은 "정부에 소방헬기와 소방장비들을 보내달라고 빌고 있다"며 "특별한 대책 없이 그저 불길을 지켜보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2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가리스 시장 등 몇몇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정부가 화재진화에 소홀했다"며 그리스 정부를 고소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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