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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영 대한항공 수석사무장, 비행 3만시간 돌파…국내 현직 승무원으로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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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영 대한항공 수석사무장, 비행 3만시간 돌파…국내 현직 승무원으로 유일

입력
2009.08.3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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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도입되는 차세대 여객기인 A380을 못 타본 것이 아쉽긴 하지만, 영원한 마음의 근무지인 하늘에서 뜻 깊은 기록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돼 행복합니다."

현직으로는 유일하게 비행기 안에서 무려 3만시간을 보낸 객실 승무원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대한항공의 박길영(56) 수석사무장. 대한항공에 1977년 1월 입사한 그는 지난 20일 파리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여객기 근무로 총 3만19시간을 비행, 우리나라에서 현직 승무원으로서는 유일하게 3만시간 비행을 넘어선 승무원이 됐다.

숫자로 본 비행기록은 놀랄 만하다. 일수로 계산하면 무려 3년6개월에 이른다. 거리로 치면 265만㎞로, 지구 한 바퀴가 약 4만㎞임을 감안할 때 32년 근무기간에 지구를 662바퀴나 돈 것이다. 그는 1999년 2만시간, 2004년 2만5,000시간을 차례로 돌파했으며, 다음달 정년퇴임을 앞두고 이 같은 기록을 달성했다.

3년이 넘은 기내 생활은 그에게 잊지 못할 추억들도 남겼다. 그 중 하나는 '1달러 성의 표시'.

"1980년대, 호놀룰루에서 로스엔젤레스로 가는 비행기 안이었는데, 행색이 매우 초라한 (한국) 할아버지로 기억됩니다. 필요하신 게 없는지 물어봤더니, 애주가라고 하셔서 위스키 한두 잔을 드린 것 같습니다. 편안히 주무신 할아버지가 한사코 거부하는 저에게 1달러짜리 지폐를 꼬깃꼬깃 접어서 주시더라고요." 박 수석사무장은 돈의 액수를 떠나서 서비스의 중요성을 당시 새삼스레 느끼게 됐다고 한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30년 이상을 비행기와 함께 살아오는 그는 "여승무원의 키가 너무 많이 커진 데다, 외모 또한 서구화됐고, 비행기 시설은 눈에 부실 정도로 첨단화됐다"면서도 "변하지는 않은 것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라며 서비스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년까지 남은 기간 하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영원한 객실 승무원으로 남고 싶다"는 그는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해외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으로 승무원을 지원하던 시대는 끝났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게 꾸준한 자기개발로 멀티플레이어로 성장해 대한항공의 서비스를 항상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해달라"는 게 대선배의 마지막 바람이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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