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중앙은행(BOI) 총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이란 깃발을 꽂았다. 세계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각국이 과잉 유동성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출구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금리인상이 각국의 '금리인상 도미노'를 이끌지 주목 받고 있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2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애널리스트 전망은 '동결'이 우세했지만 피셔 총재는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피셔 총재는 성명을 통해 "0.75%도 충분히 낮은 금리로, 확장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을 견제하면서 경기회복세가 진행될 수 있도록 균형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월 3.6%, 7월 3.5%로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1~3% 범위를 벗어난 것이 직접적인 이유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올 2분기 경제성장률도 연율 1%로 예상치를 웃돌았다. 골드만삭스는 이스라엘 중앙은행이 앞으로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 내년 3분기에는 3%에 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피셔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를 역임한 저명한 경제학자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수장인 벤 버냉키 의장이 1979년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 지도교수를 맡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의 지도자 격인 피셔 총재의 전격적 금리인상은 사실상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피셔 총재는 이미 21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중앙은행 연례회의에서 "전세계 성장의 신호가 분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가 끝났다고 선언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진단한 적 있다. 버냉키 의장도 당시 "현재 세계경제가 최악의 위기상황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가까운 장래에 성장세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밝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다음 타자는 누구냐'로 옮겨간다. 블룸버그통신은 BNP파리바 이머징마켓 환율 전략가인 샤힌 발리가 "다음 금리 인상은 폴란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전했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의 티모시 애쉬는 호주와 노르웨이가 이스라엘에 이어 긴축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호주, 노르웨이, 인도, 체코 등이 다른 국가보다 먼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미국, 영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아직 경기회복세가 미약해 금리 동결 상태를 장기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우 2011년까지 금리 동결이 유지될 것이라 보는 전망도 많다. 뿐만 아니라 경기회복이 가시화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도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섣불리 꺼내 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먼저 금리를 인상할 경우 자국 통화 절상 효과가 나타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4일자 렉스칼럼을 통해 "어느 중앙은행들도 성장세가 다시 꺾일 위험을 감수하고 금리를 올리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독일, 일본 등 수출국들은 금리 인상시 동반되는 자국 통화 강세를 반길 리 없다"고 지적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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