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소득층 근로소득공제를 대폭 축소키로 하면서, 고소득 근로자들의 불만이 들끓는다. 하지만, 내년 실제 세금 부담이 올해보다 늘어나는 건 아니다. 공제는 축소됐지만, 내년에 소득세율이 2단계로 추가 인하되기 때문. 공제 축소보다 세율 인하 효과가 훨씬 큰 탓에, 고소득층도 내년에 내는 세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이다. 연봉 1억원인 근로자라면 내년 줄어드는 세금은 12만원 가량에 달한다.
26일 본보가 베스트세무법인과 함께 이번 세제개편에 따른 소득 구간별 올해와 내년의 근로소득세 변화를 분석한 결과, 소득 구간과 무관하게 내년 세금 부담이 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소득층 공제 축소에 따른 세금 증가분보다 세율 추가 인하에 따른 세금 감소분이 더 많다는 의미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자녀 각 1명을 둔 4인 가구의 경우 총급여가 1억원일 때 올해 납부해야 되는 근로소득세는 903만원인 반면, 내년에는 891만원으로 12만원 감소한다. 정부는 근로소득공제 축소로 48만원 가량 세금이 증가한다고 발표했지만, 세율 인하로 인한 세금 감소 효과가 60만원에 달하는 것이다.
동일한 조건에서 총급여가 1억2,000만원인 경우 올해 세금이 1,355만원에서 내년에는 1,352만원으로 3만원 감소한다. 특히 이번 세제개편에서 공제가 축소되지 않은 연봉 8,000만원 근로자는 세금 감소분이 29만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고소득층 증세가 되기 위해서는 2단계 소득세율 인하를 유보해야 지적이 힘을 얻을 전망. 소득세율 인하 여부를 두고 국회에서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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