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총을 사용한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총기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사이코패스'(반 사회적 성격장애) 성향 전과자들까지 공기총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급증하는 '묻지마 범죄'에 총기가 동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5일 '반말을 한다'는 이유로 동료 여종업원을 공기총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서모(40)씨를 구속했다. 서씨는 22일 오후 11시40분께 자신이 일하는 송파구 A모텔 506호에서 여종업원 최모(59)씨에게 구경 5.0㎜ 공기총 4발을 쏜 뒤 최씨가 숨지지 않자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경기 파주경찰서도 이날 불량 채무자를 소개해줬다며 공기총으로 지인을 살해한 혐의로 방모(62)씨를 체포했다. 방씨는 24일 오후 7시20분께 파주시 적성면 적암초등학교 부근 도로에서 김모(56)씨와 말다툼을 하다 차에 싣고 다니던 공기총을 쏴 숨지게 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음주운전 사실을 감추려 자기 차에 치인 초등학생을 공기총으로 살해한 이모(48)씨가 구속되는 등 올해에만 공기총에 의한 사상 사건이 9건이나 발생했다.
국내에 보급된 공기총은 지난해 말 기준 16만8,175정에 달한다. 하지만 경찰의 총기 관리 체계가 허술해 총기 사용 강력 범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사건만 해도 서씨는 상해 전과 3범, 방씨는 폭행 및 상해 전과 5범이었지만 현행법상 별다른 제약 없이 공기총을 구입할 수 있었다. 총포 도검 화약류 등 단속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아도 형 집행 후 3년이 지나면 총기 소지 자격이 회복되기 때문이다.
관할 경찰서장으로부터 받는 총기 소지 허가 절차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서씨는 2006년과 2007년 두차례 정신공황장애 치료를 받았고, 경찰 조사에서도 "다른 종업원과 업주를 모두 죽이고 내가 모텔을 차지하려고 했다"고 말하는 등 비정상적 언행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6일 총포사에서 총을 구입한 지 열흘 만에 아무 문제없이 허가증을 받았다.
마약ㆍ알코올 중독자나 정신장애자는 총기를 소지할 수 없지만, 건강진단서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한 총기 소지자는 "팔을 몇 번 올렸다 내리라더니 '신체 이상 무', 간호사가 한 두마디 묻고는 '정신장애 이상 무' 판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공기총 규제가 엽총에 비해 느슨한 것도 문제다. 엽총은 한 해 4개월 정도인 수렵기간 외엔 경찰 지구대에 보관하게 돼 있지만, 공기총은 구경 5.5㎜ 외에는 1년 내내 개인 소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개인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4.5㎜나 5㎜짜리 공기총의 성능도 5.5㎜ 공기총과 다를 바 없어 근거리 사격시 목숨을 뺏을 수 있다.
일각에선 경찰 통제를 벗어나 불법 유통되는 총기도 상당수이며 살상력을 높이는 불법 총기 개조도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5일 충북 음성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붙잡힌 40대 남성이 사용한 공기총도 무허가 총기였다.
황지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신체검사를 강화해 심신상실자의 총기 소지를 봉쇄하고, 강력범죄 전과가 있는 경우는 총기 소지에 결격 사유가 없더라도 허가권자인 지방경찰청장이나 경찰서장이 불허 조치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강희경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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