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전직 대통령들의 활동 기록과 업적, 과오 등을 전시하는 '대통령 기념관' 건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는 전직 대통령 기념관이 곳곳에 있으나, 9명의 전직 대통령을 낳은 한국에는 아직 제대로 된 대통령기념관이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구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 정도. DJ는 2003년 2월 퇴임 때 아태평화재단 건물과 사료 1만6,000점을 연세대에 기증해 '김대중도서관' 문을 열었다. 정부에서도 60억을 부담했다. 하지만 김대중도서관도 옥중서신 등 '공'만 다뤘지 대북송금 등 '과'는 빠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기록전시관도 지난 4월 기공식을 가졌다. 경남 거제시 장목면 YS 생가 옆에 지어진다. 연면적 594㎡, 2층짜리 건물로 거제시가 사업비 34억원 전액을 지원하는데, 정부 지원은 없다.
하지만 대통령기념관으로는 부족하다.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따르면 연면적 3,000~5,000㎡가 돼야 개별 대통령기념관으로 인정된다. 명지대가 2006년 대학 내에 YS 기념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재원 문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건립 예정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은 7년째 표류 중이다. 정치적 반대편에 섰던 DJ가 1999년 기념관 건립을 약속한 뒤 국가보조금 2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정부는 국민모금 실적 부진을 내세워 국가보조금 회수에 나섰다. 올해 대법원이 기념사업회측 손을 들어줬지만 공사 재개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노무현기념관을 추진해 논란을 빚었다. 퇴임 1년 전이던 2007년 4월 경남 김해 인제대에 건립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교수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친노세력측은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노무현 스쿨'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건국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정식 기록관은 없다. 이화장과 제주 서귀포의 한 호텔에 기념관이 있기는 하지만 규모가 너무 작다.
함성득 고려대 교수는 "성공한 대통령이든 실패한 대통령이든 기념관을 통해 긍정적 대통령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유리한 자료뿐 아니라 정책 실패 사례도 그대로 내놓아 역사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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