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도 별로 기대하지 않지만 어쨌든 자민당 정권은 바뀌었으면 좋겠다."
30일 치러지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유권자들의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가 부풀고 있다. 잇따라 보도되고 있는 일본 신문들의 예상으로는 민주당이 300석 이상을 얻어 100석 안팎에 그칠 자민당을 무려 3배 차이로 따돌릴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이 단독 과반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것도, 반세기 넘게 일본을 지배해온 자민당이 제1당 자리를 뺏기는 것도 전후 처음이다. 1억430만 유권자들의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에서는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90%를 넘는다. '우정민영화' 이슈로 관심이 높았던 2005년 선거의 투표율(67.51%)을 훌쩍 뛰어 넘을 가능성이 높다.
자민당은 왜 민심을 잃었을까. 민주당 정권은 일본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25일 일본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봤다.
회사원 사사가와 나오키(笹川直樹ㆍ46)씨는 "자민당 정치는 곧 관료 정치"라면서 이번 총선은 "관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행정, 예산의 낭비를 철저히 개혁하려는 선거"라고 말했다. 전업주부 에노모토 유키코(67)씨는 "자민당은 사리사욕에 따라 정치를 해 왔다"며 "이 때문에 다수의 국민이 정치에 대한 기대를 잃어버렸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한번 맡겨 보자"고 생각하고 있다. 회사원 사토 이즈미(佐藤泉美ㆍ32)씨는 "지금 일본은 사회보장문제, 불경기, 실업이나 저출산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많은 문제들이 있다"며 "다음 정권에서 큰 개혁이 있기를 바라며 민주당에 투표하려 한다"고 말했다. 사사가와씨도 "관료의 낭비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하니 일단 맡겨 보는 것"이라고 민주당 지지를 밝혔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유권자도 적지 않다. 자위대 간부를 지낸 마쓰야마 하지메(松山新ㆍ73)씨는 "민주당이 된다고 뭐가 바뀌겠느냐"며 "민주당은 당내에 좌우 파벌이 다양해 집권해도 내분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에노모토씨도 "민주당에 별로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자민당 출신이 현재 민주당 중심인데다 재원이 불투명한 공약에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대 투표독려 운동을 벌이는 학생단체 '아이보트(ivote)'의 다키모토 게이(瀧本圭ㆍ22ㆍ세조대 3년) 사무국장은 "민주당 집권으로 일본의 정치나 국민 생활이 갑자기 좋아질 리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일본이 변해야 하며 이번 선거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다키모토 사무국장은 "경제성장에만 매달렸던 일본은 지금 어떤 형태로든 변해야 할 시점"이라며 그래서 "이번 총선은 집권 4년이 아니라 수십 년 앞의 일본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김범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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