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에서 고전하고 있는 자민당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가 투표일(30일)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고질병'인 말실수를 거듭해 패색을 더욱 짙게(?) 했다. 반면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는 표정관리를 하면서 언론의 압승예상 보도에 방심하지 말도록 막판 다잡기에 나서는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아소 총리는 23일 도쿄(東京)에서 한 학생 행사에 참석, "돈이 없어 결혼하지 못해 저출산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돈이 없으면 결혼하지 않는 게 낫다. 물정도 모르면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좋다. 나는 돈이 없지 않았지만 결혼은 늦었다. 벌이가 전혀 없으면 존경 받기 어렵지 않을까"라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소 총리는 지난달에는 고령자를 두고 "일하는 것밖에 재능이 없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고 3월에도 증권업계 사람들을 '가부야(株屋)'로 지칭해 논란이 됐다. 가부야는 한국말로는 '주식+쟁이' 라는 식의 표현이다. 지난해에는 의사를 "상식을 결여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가 사과한 적도 있다.
반면 하토야마 대표는 이날 오카다(岡田) 간사장, 오자와(小澤) 대표대행 등 당 간부들과 선거정세 분석회의를 열어 전체 300개 소선거구 중 자민당과의 접전 선거구가 100개 정도인 것으로 보고 승리를 위해 더욱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하토야마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민주당 후보 전원에 보낸 '현혹되지 말고 현실의 승리를 잡아라'는 전자메일에서 "300석이라는 한여름의 꿈 같은 보도가 춤추고 있지만 여러분은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가. 현실에 눈뜨라"고 더욱 분투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아소 총리와 하토야마 대표가 모두 미 스탠퍼드 대학원 유학파인데 이어 신임 존 루스 주일 미국대사와 일본 후지사키 이치로(藤崎一郞) 주미 대사도 이 대학 출신이어서 일본 정ㆍ관계의 스탠퍼드 인맥이 화제가 되고 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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