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국 땅값이 올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0.21%)을 기록했다. 4개월 연속 오름세다. 특히 서울 강남3구와 경기 하남ㆍ과천시 등 수도권 지역이 전국 평균보다 많이 올랐다. 주지하다시피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이미 투기재연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오름세가 가파르고 전셋값도 요동치고 있다. 최근 분양에서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인천 청라지구는 '떴다방'까지 몰려 들어 혼탁한 모습이었다.
이런 가운데 땅값마저 크게 뛰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부동산시장의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이 이달 들어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를 언급하면서 수도권 그린벨트 땅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경기 과천ㆍ고양ㆍ남양주시 등지에는 외부인들의 투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이 금융권에서 급속히 빠져나가는 것도 불안하다. 최근 한 달 간 부동자금의 대명사인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은 11조원이나 줄었다. 최근 5개월 동안의 이탈 규모가 28조원을 넘는다. 이들 자금은 주로 부동산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파악된다. 올 들어 7월까지 서울 강남권 아파트에만 8조6,000억원의 신규 자금이 유입됐고, 판교 등 수도권 상가시장에도 4조원 이상 들어왔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금융위기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돈의 힘'으로 거품을 키울 경우 우리 경제에 더 큰 위기를 초래할 게 분명하다. 더욱이 선진국들은 금융위기를 거치며 집값 거품을 상당 부분 걷어냈지만, 우리는 조정다운 조정 없이 과열로만 치닫고 있다.
선진국의 집값이 회복세를 보인다면 투기심리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우려가 크다. 경제는 심리다. "일부 지역의 과열 양상을 전체로 봐서는 안 된다"는 정부의 진단도 일리는 있으나, 시중 부동자금이 800조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부동산값 상승 기대감을 방치했을 때의 '재앙'도 염두에 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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