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취임 후 8개월 간의 거침없는 행보를 잠깐 멈추고 21일부터 9일간의 공식 휴가에 들어갔다. 경제위기에다 건강보험 개혁입법 추진에 따른 국론분열 양상까지, 험악한 정국상황에서 맞이하는 대통령의 첫 휴가여서 미 언론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지로 택한 곳은 매사추세츠 동부 해안의 고급 휴양지 마서즈 빈야드. 대선 경쟁자인 존 매케인 후보를 지원했던 공화당원 윌리엄 반 디벤더의 소유다. 28에이커의 대지에 수영장, 골프연습장, 농구장, 게스트하우스 등이 들어선 이 별장은 한 주를 묵는 데 3만5,000달러 이상 비용이 드는 초호화 숙소. 그래서 비판적 시각도 많다.
일부에서는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 당시 워싱턴에 있는 군인 가정에서 휴가를 보냈다"며 경제위기 속 고비용 휴가를 비판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위기 때문에 딸들과 안락한 휴가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고 국민이 생각지는 않을 것"이라고 휴가 계획을 적극 방어 했다. 백악관은 대통령 가족의 숙박비는 개인적으로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특별한 일정 없이 가족 및 측근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인 가운데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의 라운딩 여부도 관심사다. 우즈는 지난달 초 PGA투어 우승 후 대통령과 라운딩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한데다 대통령 신변경호를 수행하는 비밀경찰국이 빈야드 섬에서 골프장 물색에 한창이라는 언론보도로 두 사람의 골프회동이 점쳐졌다. 하지만 백악관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여러 번 골프를 칠 것이지만 우즈와 라운딩을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항간의 관측을 부인했다.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후원자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을 위문할 가능성도 있다. 뇌종양을 앓고 있는 케네디 의원이 요양중인 대서양 연안의 케이프 코드 별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휴가지와 그리 멀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23일 아침 휴가지로 출발하려던 계획을 오후로 연기하는 등 동부해안에 불어 닥친 허리케인 '빌'에 잠시 발목이 잡혔다.
채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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