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북한 조문단의 면담이 이뤄지기까지 이틀 동안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22일 오후 늦게 이 대통령과의 면담 성사 소식이 알려진 뒤 북한 조문단의 숙소인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는 더욱 긴장이 흘렀다. 23일 새벽부터 내외신 취재진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은 이날 오전 에쿠스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청와대로 향했다.
오전 9시 정문헌 통일비서관의 영접을 받으며 청와대에 도착한 김 비서에게 이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께서 TV에 나오신 것 보니까 많이 건강해지신 것 같던데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이에 김 비서는 "건강하십니다. 특사 조문단을 만나주신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김 비서는 면담에 앞서 청와대 방명록에 "오늘도 바쁘시겠는데 우리 특사 조의방문단을 만나주시어 감사합니다. 앞으로 북남관계 개선에서 획기적인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조문단 일행은 30분 동안의 접견을 마친 뒤 9시45분쯤 호텔로 돌아왔다. 김 비서는 '무슨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 잘 됐다"고 대답했다. 김 비서는 이날 오전 11시33분쯤 김포공항으로 가기 위해 숙소를 떠날 때에도 웃으며 "좋은 기분으로 간다"고 말했다. 우회적으로 이 대통령과의 면담에 만족한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에 앞서 북한 조문단은 서울 체류 이틀째인 22일에는 호텔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조문단은 이곳에서 남측 인사들과 연쇄적인 만남을 가졌다.
조문단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정동영 정세현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등과 조찬을 함께 했다. 김기남 비서는 이어 9시15분부터 30여분간 민주당 정세균 대표 등과 만나 남북관계 개선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부장의 회동은 이날 오전 10시 호텔 12층에서 이뤄졌다. 두 사람은 남북에서 각각 남북관계 정책을 책임지는 인사들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남북 고위 당국자의 첫 회동이었다. 두 사람은 김천식 통일부 통일정책실장과 원동연 북한 아태평화위 실장만 배석시킨 가운데 남북 현안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
북측은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 면담 의사를 밝혔다. 현 장관이 이날 오전 11시49분쯤 면담을 끝낸 뒤 "조문단 체류 일정이 조금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 조문단의 청와대 예방 가능성이 거론됐다. 곧이어 현 장관은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오찬 협의를 했고, 북측 대표단과 만찬을 함께 했다. 만찬을 끝낸 뒤 현 장관이 "북한 조문단은 내일 오전 이 대통령을 면담할 예정"이라고 말하면서 면담 성사 사실이 공개됐다.
유인호기자
이태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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