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21일부터 전국 567곳의 신종플루 거점약국과 455개 거점치료병원을 지정, 운영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거점약국의 경우 해외 여행 등 예방 목적으로 타미플루를 구입하려는 환자들에게 국가 비축분을 판매하는가 하면, 심지어 타미플루를 지급 받지 못한 곳도 있다.
보건소로부터 50인 분량의 국가 비축분 타미플루를 지급 받은 서울 강남의 한 약국은 22, 23일에만 20명에게 타미플루를 팔았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들은 모두 신종플루 의심 환자가 아니라 해외 여행을 위해 처방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 지침에 따르면 보건소를 통해 약국에 배포되는 국가 비축분은 의사가 신종플루 증상이 있다고 판단해 처방전을 써줬을 경우에 한해 약국에서 1,3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일반에 보급토록 하고 있다. 예방 목적의 처방전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국가 비축분이 아닌 시중 유통분을 판매해야 한다.
또 대부분의 거점약국이 '일요일 당번제'에 따라 23일 문을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주말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서울 종로는 이날 하루 7개 거점약국 가운데 3개가 문을 열었지만 거점약국이 6개 뿐인 은평ㆍ마포ㆍ서대문구 일대는 1개만 문을 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거점약국은 아직 타미플루조차 지급받지 못했다. 종로구 약사회 관계자는 "일요일에 문을 연 3개 거점약국 중 2곳은 아직 타미플루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정한 전국 455개의 거점치료병원 또한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상당수 병원이 격리 병상은 물론 신종플루 의심 환자에 대한 분리 진료 시설도 갖추고 있지 않아 일반 환자들과 의료진들이 감염되지 않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
서울대병원 등 일부 대학병원들이 국가격리병상 등 관리시설 미비를 내세워 거점병원 지정을 거부한 것도 사실은 이러한 문제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경기 지역은 110개 병원이 거점병원으로 지정됐으나, 도립의료원 수원병원 등 규모가 큰 의료기관을 제외한 대부분 병원이 격리 병동과 분리 진료실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 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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