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문제적 감독이다. 1994년 데뷔작부터 소란스러웠다. 상하이 젊은이들의 슬픈 사랑을 광포하게 그려낸 '주말의 연인'은 1년 넘게 중국에서 상영금지됐다. 2006년 톈안먼 사건을 소재로 다룬 '여름궁전'을 만들어 대륙에 큰 파문을 일으켰고, 올해는 동성애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스프링 피버'로 칸영화제를 들쑤셨다.
중국 '지하전영'(地下電影ㆍ중국 독립영화에 대한 지칭)의 대표 주자인 로예(婁燁ㆍ44) 감독이 19~26일 서울 압구정동 CGV압구정에서 열리는 영화제 '시네마디지털서울 2009'의 심사위원 자격으로 한국을 찾았다. 두 남자의 격렬한 사랑을 다룬 그의 최신작 '스프링 피버'는 이번 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하다.
로예 감독은 2000년 한 남자와 인어의 사랑을 지렛대 삼아 중국 자본주의의 어둠을 들춘 '수쥬'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타이거상을 수상하며 세계영화계의 시선을 붙잡았다. '여름궁전'으로 2006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고, '스프링 피버'로 올해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만드는 영화마다 파장을 일으켜 온 그는 "논쟁을 염두에 두지 않고, 단지 그때그때마다 내가 찍고 싶은 영화를 찍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파격적 소재로 중국의 보수적 사회 분위기를 깨려는 의도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름궁전'은 예외"라고 밝혔다. "중국에선 톈안먼 사건 무렵의 이야기가 금기다. 그러나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 겪었던 경험이 잊혀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영화를 찍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쥬'를 만든 직후 중국 당국으로부터 2년간 제작금지 처분을 받았고, 2006년 9월 '여름궁전'으로 5년간, 두번째 제작금지 처분을 받았다. "나와 영화를 찍지도 말고 후반작업도 하지 말라는 공문이 중국 전역의 영화사에 하달돼 있다"고 그는 말했다.
'스프링 피버'는 프랑스와 홍콩 자본으로 만들어졌으며 중국 개봉은 기약할 수 없다. 로예 감독은 "앞으로도 그저 나의 일인 영화연출에 전념할 것"이라며 "'스프링 피버'로 추가 제재를 받지 않는다면 중국영화의 진보를 알리는 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지하 생활'에 대해 만족감도 나타냈다. "'지상의 감독'보다 시나리오도 맘껏 쓰는 등 굉장히 자유롭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중국의 사회주의는 이미 지나간 옛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그림자가 모든 사람들에게 아직 드리워져 있다"고 말했다. "그 남겨진 영향력 아래에서 우리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인간과 인간은 또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할지가 나의 관심사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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