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문단의 서울 방문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화해 모드로 바뀌느냐 아니면 그간의 경색 모드를 유지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라는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 남북 당국간 대화의 계기를 마련해준 만큼 이제는 양측의 의지에 따라 남북관계가 달라질 수 있게 됐다.
조문단은 2박3일 일정 동안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관계자, 여야 정치권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 우리 정부의 대북관계 개선 의지와 속내를 직접 체감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서 북측의 달라진 태도가 기대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 조문단의 방문을 계기로 남북이 대화와 협력 관계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문단 방문 이후 남과 북은 적십자회담을 통해 추석 이산가족 상봉 방안을 협의하는 한편 당국자간 접촉을 통해 개성공단 활성화, 금강산ㆍ개성관광 재개 등 남북관계의 각종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고위급 특사 파견을 통해 큰 틀에서 남북관계의 새 판을 짜는 작업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남북간에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관계 진전 속도를 낙관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의 6ㆍ15선언, 10ㆍ4선언 이행에 대한 소극적 입장과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발전을 연계한 비핵화 구상 등을 문제 삼으며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해왔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북핵 문제와 북미 양자관계의 진전 양상은 우리 정부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최근 북측의 대남 유화조치들이 북미관계 진전을 위한 환경 조성용일 경우 북미대화 성과에 따라 북측의 대남 기조에 다시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여기에 우리 정부가 비핵화의 진전이 있어야 적극적으로 대북 접근을 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도 남북관계 해빙을 단정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측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힘을 빼기보다 이제는 실리로써 성과를 내야 할 상황"이라며 "앞으로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식 대북정책과 달라진 북한의 실리적 접근이 어느 정도 새로운 틀을 갖춰나가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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