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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빌리 엘리어트' 주인공은?

입력
2009.08.2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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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빌리는 누가 될까.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빌리와 그의 절친한 친구 마이클 역을 맡게 될 후보들이 21일 서울 남산창작센터에서 공개됐다. 각각 6명씩, 12명의 평균 나이는 11.1세. 당초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신장 150cm 이하 소년'이라는 기준에 맞는 배우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던 터라 '한국에서 과연 빌리를 찾을 수 있을까'란 우려도 있었다.

제작사 매지스텔라는 2,000여 곳의 발레 아카데미와 태권도장, 검도장 등에 '수배령'을 내리고 이달 초까지 후보들을 찾아 다녔다. 그 결과 올해 초 선발된 정진호, 김세용, 이지명, 임선우에 이어 8월 초 피켜스케이팅 선수 출신 변세종, 발레 기대주 전준혁이 추가됐다.

이날 후보로 뽑힌 아이들은 '빌리 엘리어트'의 몇 가지 주요 장면을 연출해냈다. 빌리가 처음 발레를 배운 뒤 가로등 불 밑에 서서 춤추는 자신의 그림자를 보며 도취되는 장면, 동성애 성향이 있는 친구 마이클의 옷방에서 튀튀(우산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모양의 여자 발레복)를 입는 장면, 오디션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춤을 추는 장면 등이었다. 조명이나 무대장치 없이 몇 가지 소품만으로 진행된 이들의 당찬 공연은 지켜보는 어른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현재 호주에서 '빌리 엘리어트'를 연출 중인 저스틴 마틴은 한국 공연에서도 협력 연출을 맡았는데 "한국 아이들은 세계 어느 나라 아이들보다 노래를 잘한다"며 "발레나 일반 무용을 습득하는 속도도 굉장하다"고 전했다. 집이 지방인 아이들은 KTX를 타고 매일 서울을 왕복하거나, 친척집 신세를 지며 훈련을 받았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했다.

원작 연출을 맡았던 스테판 달드리가 "햄릿이 되어 2시간 마라톤을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정도로 '빌리 엘리어트'는 아이들에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고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매지스탤라의 문미호 대표는 "안전하게 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필라테스로 근력을 다지는 등 체계적인 매니지먼트를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9월부터 아이들은 힙합 댄스, 현대 무용, 아크로바틱 등 본격적인 트레이닝을 받게 되며, 최종 4명이 캐스팅돼 무대에 선다.

내년 8월 막이 오를 '빌리 엘리어트'는 2000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2005년 영국에서 초연된 후 호주, 미국을 거쳐 비영어권으로는 처음으로 국내 소개된다. 매지스탤라는 미취학 아동을 선발해 미래의 빌리로 육성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꾸준히 국내 무대에서 새로운 빌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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