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한중 수교 17주년을 맞았다. 5년, 10년 단위에 큰 의미를 두는 외교관례상 수교 17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공식행사는 열리지 않는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중국은 이례적으로 그와 친분이 두터웠던 탕자쉬안(唐家璇)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대표로 11명의 조문단을 파견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까지 "'나의 오랜 친구'가 한반도평화와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 기여한 공로를 잊을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전할 정도다.
살아 생전 중국을 7번이나 방문한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해외 방문지도 중국이었다. 그와 중국과의 인연은 21세기를 지향하는'한중 협력동반자관계'수립(1998년 11월)이란 양국관계 발전의 큰 전환점을 통해 수교 17년 역사에 커다란 이정표를 세웠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놀랄 만큼 가까워진 '수교 17년'
한중간의 교류는 눈부실 만큼 성장했다. 한국 6개 도시와 중국 31개 도시를 잇는 항공편은 매주 830편에 이른다. 한국~미국 항공편이 매주 260편, 한국~일본 417편에 비하면 2~4배가 많다. 양국간 교역도 급팽창하고 있다. 92년 수교 당시 50억 달러에 불과하던 교역량은 지난해 말 1,861억 달러로 37배 성장했다. 중국은 한국의 제1 무역대상국이고, 한국도 중국의 3대 교역대상국 중 하나가 됐다.
2001년 129만800명이던 중국 방문 한국인은 올해 40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3만여 개로 한국의 대중국 누적투자액은 42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에는 70만 명의 한국인이 상주하고, 유학생의 증가는 폭발적이다. 2001년 2만2,116명이던 중국의 한국인 유학생은 지난해 6만6,806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한국의 중국인 유학생은 2001년 3,221명에서 올해 4만5,000명으로 9년 사이 12배 이상 늘었다. 장래 양국 교류가 얼마나 더 강화될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중간의 활발한 교류 속에서 우리는 미국과 함께 G2로 성장한 중국과의 관계에서 과연 어떤 전략과 자세로 '중국 굴기(崛起)'에 대응해야 할 것인가. 중국의 환초우시바오(環球時報)는 21일 한중수교 17주년과 중일수교 37주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특집기사로 다뤘다.
이 신문은 중국의 전문가의 말을 인용"최근 중국의 굴기를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 국민들은 아직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복잡한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는'일중역전(日中逆轉)'이란 단어가 유행할 만큼, 이르면 올해 말 세계 제2 경제대국의 지위를 중국에 넘겨줘야 한다는 초조함과 경계심에 휩싸여 있다고 지적했다. 몇 년 전부터 중국의 추월로 심기가 불편한 한국은 여전히 중국의 경제발전 수치와 지표를 한국과 비교하며 벌어지는 격차에 점점 낙담하고 자신감을 잃어가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표현했다.
한ㆍ중ㆍ일 뉴패러다임 ?아내야
비행기로 기껏 1시간 30분 거리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중국은 이제 우리의 본격적인 내수시장으로 성장했다. 중국은 우리 경제를 다시금 도약시킬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중국의 굴기를 활용한 발 빠른 우리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과 각 분야별 긴밀한 전략적 협력관계는 글로벌 경제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선결 과제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북한의 영원한 사회주의국가 형제인 중국의 협력과 지원이 더 없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구를 이끌고 지난 5월 중국 베이징을 마지막으로 방문해 '대국 굴기'의 중국에게 영원한 동반자로서 관계 강화를 촉구했던 그 소중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보아야 할 때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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