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변호사로 소개한 신원 미상의 남성이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채 국방부 구치소에 수감된 피의자를 무단으로 만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당시 이 피의자는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였고, 면회가 엄격히 제한되고 있었다.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국방부에서 구속 피의자에 대한 관리가 너무 허술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달 22일 방산장비 관련 3급 비밀을 유출시킨 혐의로 무기중개상 정모씨를 구속했고, 정씨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영내에 있는 헌병대 구치소에 수감됐다.
같은 달 25일 오후 7시께 자신을 변호사라고 주장하는 남성이 국방부 출입문을 찾아와 정씨에 대한 면회를 신청했다. 헌병은 구치소 면회가 평일 및 토요일 오후 5시까지만 허용된다는 점을 들어 출입을 허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남성은 당직 사령인 헌병대 A 상사에게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고 호통을 치며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였고, A 상사는 상관인 B 소령과 연락을 취한 끝에 결국 이 남성의 출입 및 면회를 허가했다.
이 과정에서 이 남성은 외부인이 국방부에 출입할 경우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고, 차량번호도 남기지 않았으며 면회신청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국방부에 출입했다는 기록 자체가 없는 ‘유령 접견인’인 셈이다. 그는 또 정씨를 면회할 당시 규정된 사전 신고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가방과 음식물을 소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단은 구속된 정씨가 면회 과정에서 추가로 기밀을 유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구속 직후부터 일과 시간 중 변호인의 면회를 제외한 다른 면회는 모두 금지시킨 상태였다.
검찰단은 이후 정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진술 내용이 크게 달라지자 그 경위를 추적하다 이 같은 면회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단은 이날 B 소령을 항명과 하급자에 대한 교사 혐의로, A 상사를 항명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군은 조만간 이들을 징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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