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북한의 특사조문단을 면담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 받았다. 청와대측은 여러 민감성을 이유로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남북관계를 잘 해보자는 취지의 말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조문단에 정부의 일관된 대북 원칙을 설명한 뒤 김 위원장에게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한다.
이 대통령의 북측 조문단 면담은 형식과 절차 등의 문제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이뤄졌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최측근과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실세가 청와대를 방문, 이 대통령을 만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사건이다. 남북의 국정 최고책임자가 조문단을 통한 간접 대화로 상호 입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통일부 장관과 조문단의 회동에서는 연안호 선원 귀환 등 당면 현안들도 폭 넓게 논의됐으니 남북당국간 대화의 문이 활짝 열린 셈이다.
일각에서 제기한 통미봉남(通美封南)이니 통민봉관(通民封官)이니 하는 우려도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대립과 긴장 조성으로 치달았던 지난 1년 반을 돌아보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완전 정상화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북한이 갑자기 적극적인 대화로 방향을 튼 배경이 명확하지 않고, 무엇보다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진정성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현대와 북측간 5개항 합의나 이번 특사조문단의 활동에 대해 흔쾌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소 어정쩡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그래서 일 것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기조가 유지되는 상황도 정부의 운신 폭을 좁히는 요인이다. 남북관계 복원의 속도는 6자회담 재개 등 북핵폐기 협상 진전과 일정부분 연계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어정쩡하게 북한의 대화 이니셔티브에 끌려가는 수세적 모양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 남북관계를 풀어가되 북한이 핵폐기 협상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남북정상회담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북한도 핵 보유국 지위 확보에 대한 미련을 과감히 떨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핵폐기 협상에 복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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