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생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은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그는 가끔 세상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드러냈는데 그 밑바탕에 책이 있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그가 수만 권의 책을 소장했다는 사실이다. 소장 도서가 무려 3만권에 이른다는 증언이 있을 정도다. 대통령에 당선돼 청와대에 들어갈 때 대형 트럭 2대 분의 책을 갖고 갔다는 말도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소장 도서의 상당수에 그의 손때가 묻어있었다는 점이다. DJ는 그 많은 책을 장식용으로 둔 것이 아니었다. 정치인 김경재는 에서 '서재에 빼곡한 책들 대부분에는 밑줄이 그어져 있고 메모가 적혀있다'고 썼다. DJ 스스로도 밑줄을 그어가며 책을 정독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었다. 문학도 그가 심취한 분야 가운데 하나인데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푸슈킨 등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에 특히 매료됐다.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 박경리의 <토지> 등은 그가 다른 사람을 만나면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했던 책이다. 토지> 역사의>
DJ는 책 수십 권을 직접 쓴 저술가이기도 하다. <대중경제론> <김대중 옥중서신> <나의 길 나의 사상> 등 그가 쓴 책은 경제, 통일, 국제 문제 등 그가 읽은 책 만큼이나 분야가 다양하다. 이 가운데 <대중경제론> 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영문판으로도 출판됐다. 대중경제론> 나의> 김대중> 대중경제론>
DJ가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며 "책을 읽기 위해 감옥에나 한번 더 가야 할 모양"이라고 말한 것은 책에 대한 그의 애착을 보여준다.
책에 세상의 모든 진리가 들어있지는 않다. 책만 읽을 뿐 현실을 모르는 백면서생은 매력이 없다. 하지만 책을 멀리 하는 지도자보다는 가까이 하는 지도자가 훨씬 낫다. 책을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예측하면서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출판계의 한 인사는 "DJ는 자신을 앞에서 이끌어줄 정치적 스승이 거의 없었는데 그런 그에게 책은 좋은 스승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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