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원하기 전까지 사용한 동교동 사저 2층 서재가 23일 처음 공개됐다. 서재는 김 전 대통령이 평소 독서와 원고집필 장소로 사용하던 곳으로 그 동안 사저 내부에서도 유일하게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공간이다.
16.5㎡ 남짓한 크기의 서재는 김 전 대통령이 입원하기 직전 상태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대형 책상 위에는 7월10일자 주간일정표가 놓여있었고 연설문 메모와 입원 전까지 읽었던 것으로 보이는 책이 놓여 있었다.
오른쪽 벽면에는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 휘호인 '윤집궐중(允執厥中)'이 적힌 족자가 걸려 있었고, 책상 앞쪽으로 2m 높이의 책장에 500여권의 책이 꽂혀 있었다.
책장에는 지난 4월 김 전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와 함께 고향인 하의도를 방문해 하의초등학교 후배들과 찍은 사진이 놓여 있었다. 책장 뒤편으로는 김 전 대통령이 입원 전까지 1주일에 3번씩 신장 투석을 받았던 간이 침대가 놓인 방이 있었다.
이에 앞서 22일에는 김 전 대통령의 유품 40여점도 공개 돼 분향소가 마련된 국회 앞 마당에 전시됐다. 발목 관절이 조이지 않도록 고무줄을 뺀 헐렁한 양말과 10년 가까이 사용한 갈색 지팡이, 대통령 재직 시절부터 사용해온 만년필, 잠옷과 쿠션, 슬리퍼 등은 그의 소박한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국제학술회의 강연문 등 김 전 대통령이 첨삭 표시한 연설원고 7점은 원고를 2~4차례씩 수정하는 김 전 대통령의 꼼꼼한 성격을 그대로 보여줬다.
최경환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은 휴지 한 장을 둘로 찢어 쓰는 습관이 있었고, 하의도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 물이 귀해 고생했던 경험 때문에 물과 전기를 아껴 썼다"며 "유품들은 수년간 사용했던 것으로 소박하고 소탈한 성품을 엿보게 한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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