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동통신 요금 정책 세미나는 시원한 요금 인하 방법 대신 두루뭉술한 이야기로 더 답답해졌다. 선불 요금제 확대와 휴대폰 보조금 대신 할인을 해주는 요금제 신설 등이 방통위가 제시한 방법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본료와 통화료 등 직접적 요금 인하는 하나도 없었다. 모두 요금이 내린 것처럼 ‘착시효과’를 노리는 것들 뿐이었다.
물론 방통위가 통신업체들에게 요금 인하를 강제할 직접 수단이 없다보니 그럴 수 있다. 방통위는 2007년에 전기통신사업법 제 30조를 폐지하면서 요금 인하 명령권을 스스로 포기한 바 있다.
문제는 애매한 방통위의 태도다. 수단이 없다면 의지라도 분명해야 할 텐데, 방통위의 태도는 요금 인하를 지지한다는 것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다. 방통위 관계자는 “우리 나라 이통 요금이 비싸다고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는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조사 방법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이용자에게 부담이 없는 요금 수준은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토를 달았다.
방통위 의견만 들으면 도대체 요금을 내리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주무부처의 태도가 이러니 이통사들이 요금을 내릴 턱이 없다. 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가 나서지 말고 시장에 맡길 것”을 주문한다. 그 결과 요금이 비싸다는 원성이 끊이지 않는다. 토론회 구성도 상식 밖이다. 찬반 패널을 동수로 구성해야 하는데, 참석자 6명 가운데 인하 주장 쪽 패널은 1명에 불과했다. 토론회 모양새만 봐도 방통위 입장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가늠이 간다.
휴대폰요금 인하가 이명박 대통령 후보시절 공약사항이고 최시중 방통위원장도 거듭 강조를 해왔다. 하지만 정작 실무진에서는 이 문제를 만지작거리기만 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하다.
최연진 경제부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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