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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학생들 ‘체험학습 뻥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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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학생들 ‘체험학습 뻥튀기'

입력
2009.08.2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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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봉사단체에 근무하는 김모(27)씨는 최근 자신의 사무실을 방문한 서울 A외국어고 3년 박모(18)군을 생각하면 기분이 언짢다. 달랑 1시간 여 동안 단체 소개만 받은 뒤 '인턴십 체험 활동 확인서'에 서명해달라고 막무가내식으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다들 이렇게 증명서를 만든다"고 조르는 박 군 성화에 어쩔 수 없이 서명했으나, 하나 마나한 견학을 허용한 게 후회된다고 했다.

외국대학 입학을 희망하는 일부 특수목적고 학생들이 봉사활동, 현장 체험학습 등 과외활동 경력을 편법으로 조작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아이비리그 등 해외 명문대에 입학하려면 SAT 등 성적 못지않게 자기소개서 등에 들어갈 과외활동 경력이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 탓에 과외활동 경력 마저 엉터리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가장 흔한 과외활동 경력 쌓기 수법은 간단한 견학을 통해 실제로 기관 활동을 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한 로펌에 근무하는 한모(55) 사무장은 "공익활동 차원에서 로펌 설명회를 했을 뿐인데 많은 특목고 학생들이 몰려 인턴으로 활동한 것처럼 증명서를 받아갔다"고 말했다.

국회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회의원 보좌관인 박모씨는 "지인의 요청으로 한 외고생에게 6주 동안 인턴활동을 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해줬다"고 전했다.

특히 학원가에는 이런 특목고생들의 심리를 노린'고교생 인턴십 과정'까지 등장, 인턴 경력 증명서 거래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업체는 보통 100만원을 받고 학생들이 희망하는 학과의 특성에 맞게 관련 기관 인턴 이수 영문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다.

학원 못지 않게 이런 활동을 학교가 부추기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 대학 진학률= 우수 특목고' 풍토 탓에 학교가 나서서 편법을 알선하는 양상이다.

서울의 한 외고 유학반에 재학중인 이모(16)군은 "학교에서 방학 때 기업을 탐방한 뒤 인턴십 확인서를 받아 오라는 숙제를 냈다"며 "입시 공부할 시간도 빠듯한데 어떻게 인턴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외국대학에서 이런 증명서를 요구하니 학원에 의뢰해서라도 만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아무리 무급이라지만 고교생이 인턴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비교육적일 수 있어 일선 학교에서 그런 활동을 지시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해 단속을 예고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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