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은 연일 대남 유화책들을 쏟아 내고 있다.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 석방(13일), 현대그룹과의 5개항 합의(17일), 김대중 전 대통령 특사 조문단 파견 통보(19일), 12ㆍ1 조치 해제 통보(20일), 고위급 조문단 서울 방문(21일) 등 전방위적이고 속도도 빠르다. '유화 공세'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남한 정부가 먼저 계기를 제공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은 8ㆍ15 축사에서 북핵 문제 진전이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라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그런데도 남한에 '러브 콜'을 계속 보내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본심은 무엇일까.
최근 북한의 변화를 순수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 때문이라고 해석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남북관계 및 한반도 문제의 핵심인 북핵 문제에 대해선 북한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수석연구위원은 21일 "북한은 핵 문제에 대해선 전혀 양보하지 않은 채 남북관계가 진전된다면 거둘 수 있는 실리가 많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남북 교류협력 사업 재개를 통한 달러 수입과 남한 내 대북 여론 개선,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 수정 압박 등의 효과를 기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으로선 조문 정국을 잘 이용하면 체면을 전혀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실리를 취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달 초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방북과 미국 여기자 석방을 계기로 북미간 대화 모색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의 최종 목표는 북미관계 정상화다. 북한은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미국이 북미관계 개선에 나설 명분이 생긴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참여정부나 국민의 정부 때보다 한미관계가 훨씬 돈독하고 미국이 "6자회담 틀 안에서만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북한은 남북관계를 진전시켜야겠다고 계산했다는 것이다.
북한 체제 결속 강화를 위한 정책 변화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대학원대학 양무진 교수는 "북한이 7월까지는 한반도 위기 조성을 통해 내부 단결을 도모했다면 앞으로는 대미, 대남 관계의 주도권 확보를 통해 거두는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해 결속을 다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남한을 일단 떠보려는 시도"라는 분석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 속에서 완전한 소외 상태를 피하기 위한 조치"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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