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주의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으로서의 주요 발언들이 공개됐다. 특히 본 회의 첫 발언과 마지막 발언, 기네스북에 등재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발언 등이 눈길을 끌었다.
21일 국회도서관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이 제6대 국회 때인 1963년 12월 21일 본회의에서 한 첫 공식 발언은 당시 현안이었던 한일 어업협상 등 한일 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오노 반보쿠(大野伴睦) 일본 자민당 부총재의 망언과 함께 일본이 일제강점기 과오를 한국에게 사과하지 않은 점을 거론하면서 "정부가 미국 등 우방에 대해서는 정도 이상으로 대항적인 자세를 취한 것 같은데 반해 일본에 대해선 놀라울 정도로 저자세를 취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한일문제의 타결에 대해 "목적이 빠르게 타결하는데 있는 게 아니라 목적을 정당하게, 우리 민족의 이익을 바르게 지키면서 타결하는데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언은 제14대 국회 때인 92년 10월14일 본회의에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이었다. 그는 민주당 대표로서 "오늘의 대립과 분열과 좌절을 극복하고 화해와 단결과 전진을 이룩하기 위해 대화합의 정치를 펼 것을 제안한다"고 정부 여당에 요구했다.
이와 함께 김 전 대통령의 64년 필리버스터 발언과 69년 3선 개헌반대 발언 등도 공개됐다. 김 전 대통령은 64년 4월 20일 본회의에서 "우리는 개원 이래 가장 불행한 사태에 직면했다"며 "구속을 하는데 있어서 그 순서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무려 5시간 19분 동안 발언을 이어갔다. 야당 동료였던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한 발언이었다.
그는 또 69년 9월 10일 본회의에서는 "3선 개헌에 대해서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며 "우리가 불행한 역사만을 되풀이해야 하느냐 하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혼자서 뜨거운 눈물을 삼킨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호소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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