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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국장/ 동서·남북 벽 허물고 용서·화해 물꼬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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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국장/ 동서·남북 벽 허물고 용서·화해 물꼬 열다

입력
2009.08.2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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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간 엄수된 김대중 전 대통령(DJ) 국장은 생전의 발자취 만큼이나 의미있는 메시지와 숱한 화제를 남겼다.

먼저 이번 국장은 '화해와 용서'라는 사회적 아젠다를 우리 사회에 던졌다. 정부가 관례상 현직 대통령이 대상이었던 국장으로 치르기로 예우를 한 것은 민주화와 남북화해를 향한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어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이 이승만 전 대통령과 근대화의 초석을 닦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안장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나란히 묻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분열과 반목하던 근대화와 민주화 세력이 화해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국장으로 김 전 대통령은 다른 전직 대통령의 반열에서 벗어나 그 이상의 사회적 위치를 갖게 됐다는 평가다.

이번 국장은 동서 지역주의 극복의 한 계기로도 작용했다. 특히 국장 기간 성사된 김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극적 화해는 오랜만에 화합과 통합의 기운을 정치권에 불어넣었다. 영ㆍ호남 지역구도를 상징해온 두 사람을 정점으로 한때 야당 정치사를 양분했던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동서화합의 가교를 자임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전망을 밝게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용서와 화해라는 귀한 유산을 남기셨다"(박영숙 전 평민당 의원) "이제야말로 지역과 계층, 이념과 세대의 차이를 떠나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새로운 통합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한승수 국무총리) 등의 추도사와 조사에서도 이런 바람을 담고 있다.

이번 국장은 꽉 막혀 있던 남북관계의 물꼬를 터준 계기로도 기록될 전망이다. 북한 조문사절단은 남북 고위급 회담과 청와대 예방을 하고 돌아갔다. 이는 1년 6개월 동안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갈등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2000년 6ㆍ15정상회담을 통해 분단 반세기만에 화해와 교류의 시대를 열었던 김 전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물꼬를 다시 한번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국장이 마무리되면서 향후 정국은 적잖은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당장 미디어법 강행처리 이후 냉각된 여야관계가 어느 정도 변하지 않을 수 없다. 국장 기간 조성된 '화해와 통합' 분위기는 일단 9월 정기국회 개원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고인의 일기장 공개로 드러났듯이 김 전 대통령이 가졌던 현 정부 정책기조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오히려 야권에겐 투쟁의 동력이 될 소지도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포스트 DJ 시대'에 대한 활로를 어떻게 모색할 것인지의 현실적 고민을 안게 됐다.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김 전 대통령까지 떠남으로써 전체 민주화 세력에 대한 구심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 서거가 좌우와 동서 통합의 물꼬가 될 수도 있지만, 민주당 등 야권입장에서는 중심적 역할을 해낼 인물 부재 속에 또 다시 분열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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