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애도와 추모 물결 속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어제 동작동 국립현충원 묘역에 안장됐다. 유가족과 지지자는 물론이고 고인을 사랑하고 존경했던 많은 국민이 커다란 슬픔과 상실감으로 옷깃을 여미며 고인의 삶을 되새기고 명복을 빌었다.
역사 속으로 떠난 정치 거목에 대한 사랑과 존경에 터잡은 국장이라는 국민적 정화의식에는 한국사회를 갈라온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의 차이는 설 자리가 없었다. 대신 국장 기간 내내 고난과 열정, 의지로 점철된 고인의 삶에 대한 추모 물결이 온 나라에 넘쳤고, 그를 통해 국민은 새로운 삶의 의지와 희망, 지표를 얻었다. 평생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고인이 살아서의 공헌에 못지않게 남기고 간 커다란 선물이다.
이런 화해와 통합의 물결은 고인이 눈을 감기 전부터 일렁거렸다. 오랜 정치적 동지이자 경쟁자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병 문안을 통해 한동안 지속된 정치적 갈등과 대결에 종지부를 찍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문병도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과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이 남긴 역사의 앙금을 씻어냈다. 이명박 대통령의 문병 또한 고인이 병석에 눕기 직전까지 빚어졌던 양대 정치세력 간의 화해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고인의 서거 이후 이런 분위기는 더욱 두드러졌다. 우선 정부와 유가족이 신속히 국장 절차에 합의함으로써 불필요한 잡음을 막았다. 서울광장에 제대로 격식을 갖춘 분향소가 설치된 것만으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때와 사뭇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여야 정치권이 상호 비난과 대결을 중지하고 추모 정국에 동참한 것도 눈에 띄었다.
민주당이 끝을 기약할 수 없는 거리투쟁을 접었고, 이를 비난하던 한나라당의 구호가 걸렸던 자리에 김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비는 현수막이 자리잡았다. 북한 조문단이 국회에 마련된 빈소에 헌화한 것은 물론이고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을 만남으로써 경색된 남북 관계에도 햇살이 비치고 있다.
모처럼 보는 희망의 빛을 정치ㆍ경제ㆍ사회 각 부문에서 살려 나가는 것이야 말로 고인의 유지와 부합한다. 갈등과 대립의 원인을 방치한 채 입으로만 합창하는 화합일 수는 없다. 깨어있는 눈으로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직시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을 만하다.
무엇보다 이런 모든 사회적 논의를 통합해야 할 정치권의 책무가 크며, 국회의 기능 회복이 시급하다. 정기국회가 눈앞으로 다가선 가운데 국회에서 고인의 영결식이 치러진 것이 결코 우연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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