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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일의 기쁨과 슬픔' 때론 형벌, 때론 즐거움… 일, 당신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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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일의 기쁨과 슬픔' 때론 형벌, 때론 즐거움… 일, 당신에겐?

입력
2009.08.2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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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지음ㆍ정영목 옮김/이레 발행ㆍ376쪽ㆍ1만5,000원

"나는 현대의 일하는 세계의 아름다움, 권태, 기쁨, 그리고 가끔씩 느껴지는 공포에 눈을 뜨게 해주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특히 일이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줄 수 있다는, 그 엄청난 주장을 한번 파헤쳐보고 싶었지요."('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에서)

일상의 사물에서 통찰을 이끌어내는 아름다운 산문들로 '일상성의 발명가'로 불리는 스위스 작가 알랭 드 보통(40)이 현대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일'의 의미를 묻는다. 일이란 형벌인가? 보람인가?

런던 동쪽의 활기찬 항구로부터 영국 중부의 대형 물류단지, 영국 최대의 비스킷 공장, 남미 기아나의 로켓 발사실험장, 런던의 다국적 회계법인 본사, 직업상담사의 사무실까지 그는 관록있는 저널리스트처럼 부지런히 발품을 판다. 다양한 노동현장에서 그는 망원렌즈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먼 거리로, 먼 거리에서 가까운 거리로 렌즈를 조정하며 일과 현대인의 다양한 관계양상을 탐색한다.

극도로 분업화돼 동료들이 무슨 일을 하는 일을 하는지조차 잘 모르는 비스킷 공장의 노동자들을 바라보며 그는 '노동으로부터의 소외' 같은 노동의 어두운 측면을 주목하기도 하지만, 유럽으로 수출될 참치를 잡은 뒤 배 위에서 몽둥이로 참치를 기절시키는 몰디브 섬의 어부들 틈에서는 건강한 노동의 즐거움을 발견하기도 한다.

여러 각도에서 의미를 곱씹어보게 하는 일에 대한 통찰력도 깊이 있지만 물류창고를 찾아서 컨베이어 벨트, 창고 옆 통로, 하역장, 트레일러 트럭을 들여다보며 상품 하나하나의 수량까지 놓치지 않고 묘사하는 뛰어난 관찰력은 르포르타주 형식인 책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권태로운 노동에 지친 비스킷 공장 노동자들을 묘사하며 '제멋대로인 어린 황제를 기르는 육아실에서 요구하는 일들을 챙겨주는 참을성 강한 엄숙한 표정의 조신들 무리와 비슷하다'고 비유하는 등 유머러스한 문장 역시 매력적이다.

일을 부담으로 느끼며 쉽게 권태로움에 빠져드는 현대인들에게 보통이 전하는 메시지는 경청할 만하다. "일이 의미있게 느껴지는 건 언제일까? 우리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의 기쁨을 자아내거나 고통을 줄여줄 때가 아닐까? 우리는 스스로 이기적으로 타고났다고 생각하도록 종종 배워왔지만, 일에서 의미를 찾는 방향으로 행동하려는 갈망은 지위나 돈에 대한 욕심만큼이나 완강하게 우리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그저 물질만 생각하는 동물들이 아니라 의미에 초점을 맞추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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