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1시55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해를 실은 운구차가 국회의사당 영결식장에 들어섰다. 군악대의 조악(弔樂) '영원한 안식'(Eternal Rest)이 잔잔히 울려 퍼지는 가운데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유족들은 천천히 운구차의 뒤를 따랐다.
이어 공동사회를 맡은 조순용 전 정무수석과 손숙 전 환경장관이 오후2시께 영결식 시작을 알렸다. 행사에는 이명박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총리를 포함한 3부 요인, 주요국 조문사절단 등이 참석했다.
고인에 대한 묵념에 이어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약력 보고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 오른편에 앉은 이 여사는 행사 내내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홍일, 홍업, 홍걸씨 내외 등 유족들도 대부분 애통한 표정 속에 간간히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국무총리는 조사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의 발자취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평민당 총재권한대행을 지낸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도 목이 메인 채 "화해와 통합의 바람이 지금 들불처럼 번지는 것은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큰 선물"이라며 추도사를 읽었다. 이어 천주교, 불교, 기독교, 원불교 순으로 종교의식이 치러졌다.
약 20분간의 종교의식이 끝나자 제단 양 옆에 마련된 대형 전광판과 스피커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과 육성이 흘러나왔다. 김 전 대통령의 열띤 연설을 담은 영상물은 IMF 외환위기 극복, IT 강국 건설, 6ㆍ16 남북정상회담, 2002년 월드컵 개최 등 대통령 재임 시 치적을 담아 4분간 상영됐다.
영상물 상영 직후 이 여사는 부축을 받아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서서 분향을 했다. 유족들에 이어 이 대통령 내외가 분향하려 할 때 한 남성이 "위선자"라고 외치는 바람에 잠시 소란도 있었지만 곧 진정됐다. 주요 인사들의 헌화와 분향이 끝나자 성악가 김영미씨, 평화방송 소년소녀합창단이 부른 추모곡 '그대 있음에'와 '우리의 소원'이 울려 퍼졌다.
마지막으로 3군 조총대의 조총 발사가 이어진 뒤 영결식 폐회가 선언됐다.
한편 무소속 정동영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을 대한민국 현대사의 국부로 모시는 문제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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