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희망을 북돋워주면 인간은 150%의 생산성을 발휘합니다."
소외계층을 돕는 사회복지법인 열매나눔재단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동호(57) 목사는 기업 경영이 뭐고, 생산관리가 뭔지 잘 모른다. 평생을 하나님의 뜻을 섬기는 목회 활동을 하며 보내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기업을 설립해 이익을 내는 우량 업체로 키우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것도 실직자, 새터민(탈북자), 노숙자 등 소외계층을 고용해 이뤄내고 있는 성과다.
그는 18일 경기 부천시 삼정동에 핸드백과 지갑을 만드는 회사인 '고마운 손' 개업식을 가졌다. 이 회사의 노동자 36명 대부분은 실직했거나 노숙자로 생활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을 경험과 기술을 가진 일부 임원이 가르칠 예정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믿는 분위기다. '희망공장 3호'로 불리는 이 회사 설립에 앞서 김 목사는 이미 희망공장 1, 2호를 우량 기업으로 키운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그는 경기 파주시에 '메자닌 아이팩'이라는 골판지 박스 제조회사를 설립하고 '희망공장 1호'로 이름 붙였다. 박스 제조에 경력을 가진 일부 임원을 제외하고 노동자 30여명 전원을 노숙ㆍ실직자로 채용했다. 정부나 기업의 지원 없이 열림나눔재단에서 5억원을 출연한 게 전부였다.
그는 이 회사가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가진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면, 여기서 생긴 이익을 전액 재투자해 실직ㆍ노숙자 등 더 많은 소외계층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그래야 우리 사회의 소외ㆍ빈곤층이 줄어든다고 봤다. 무모한 도전이라느니, 낭만적인 발상이라느니 하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 기업은 설립 10개월째인 올해 3월부터 흑자를 내고 있다. 이 회사 제품은 택배회사를 포함한 250여 업체에 고정 납품되고 있고, 옥션 등 온라인 마켓에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설립 당시 노동자의 85%가 아직도 근무하고 있을 정도로 이직률도 낮다. 이 회사는 극빈자를 위한 마이크로크레딧 활동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가 6월 직접 방문하면서 국제 사회에도 알려졌다.
1월에는 메자닌 아이팩 공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희망 공장 2호'인 메자닌 에코원을 설립했다. 블라인드 제조업체인 이 회사도 올해 안에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성과를 낸 비결을 그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라고 말한다.
"희망공장 노동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새터민들은 자신들을 남한 사람과 똑같이 대해주는 게 감사하다고 털어놓고 있습니다. 그간 차별과 소외감 때문에 일을 잘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근무 성과가 우수한 노동자의 자립을 돕는 창업지원제도도 도움이 되고 있다. 노숙자 출신의 어느 40대 남자가 이 제도를 통해 회사를 설립해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이런 사례를 보면서 기술을 배워 자립하겠다는 의지를 갖게 되고, 이것이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김포에 사는 어느 새터민 직원이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택시비 4만원을 쓰고 출근한 적이 있습니다. 이 직원의 일당이 4만원이었습니다."
18일 문을 연 고마운 손은 성공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희망공장 1, 2호의 성과에 관심을 가져온 가죽제품 제조업체 쌈지(대표 천호균)가 기술 제공과 제품 구입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고마운 손이 만드는 핸드백과 지갑은 쌈지 브랜드가 붙여져 백화점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희망공장 1, 2호에서 쌓인 기술력과 지식으로 품질도 높아지고 있다. 노동부와 SK에너지가 지원하는 등 사회 관심도 높아졌다. 그는 "전국 곳곳에 희망공장을 세워 소외계층에게 희망을 선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m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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