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청소년들의 바둑 큰 잔치가 지난 주 강원도 강릉시 영동대 캠퍼스에서 열렸다. 정식 명칭은 '2009 웅진싱크빅 세계 청소년 바둑 대축제'.
지난 9일 전야제로 막을 올려 13일까지 이어진 이번 행사에는 우리나라를 비롯, 중국 일본 대만 몽골 태국 이스라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미국 캐나다 콜롬비아 등 세계 14개국에서 1,000여 명의 청소년들과 학부모, 바둑관계자들이 참가해 대성황을 이뤘다.
최근 침체 기미를 보이고 있는 청소년 바둑의 새로운 붐 조성을 위한 계기를 만든다는 취지로 기획된 이번 행사는 우선 규모에서 사상 최대였다. 이번 축제의 총 예산은 6억2,000만원. 문광부, 주식회사 웅진, 강원도와 강릉시 등이 후원, 협찬했고 이세돌의 매니지먼트 회사로 알려진 '킹스바둑'이 행사진행을 도왔다. 숙소는 영동대와 관동대 기숙사를 활용했다.
이번 대축제서는 특히 메인토너먼트 외에 각종 이벤트가 돋보였다. 외국인과 한국 소년들 프로기사가 한 팀이 돼 벌이는 팀 대항전, 프로와의 9줄 바둑 시합, 경포대 해변 다면기 등은 물론 '바둑골든벨', 빙고게임, 스피드퀴즈 등 바둑을 주제로 한 다양한 형태의 퀴즈게임은 바둑행사와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이면서 또한 재미도 있어 참가자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아마추어 행사에 프로기사가 대거 동참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특별초대손님인 조훈현 서봉수 이창호를 비롯해 대회조직위원인 양재호 유창혁과 심판위원 18명, 자신이 운영하는 바둑도장 학생들을 인솔해 온 프로기사와 자원봉사차 내려온 프로기사, 이밖에 여름휴가를 겸해 가족을 동반하고 들른 프로기사에 이르기까지 무려 120명이 행사장 곳곳에서 팬서비스에 분주했다.
국내 프로기사의 거의 절반가량이 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얼마 전 휴직계를 낸 이세돌도 밝은 얼굴로 전야제에 참석, 큰 박수를 받았고 이틀을 머물다 서울로 올라갔다.
중국과 일본의 프로기사와 바둑관계자들이 이번 행사를 벤치마킹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바둑이 지구상에서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는 최고의 지적 게임이지만 전자게임에 밀려 서서히 유소년들의 물줄기가 말라가고 있는 게 어느나라나 공통적인 현상이다.
이번 축제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바둑이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며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될 때마다 눈을 빛냈다.
첫 행사치고는 분명 기대이상이었으나 첫 행사였던 만큼 문제점도 적지 않았다. 우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4일동안 메인토너먼트 여섯 판에 속기대회 여섯 판, 도합 열두 판을 소화하는 일정은 다소 무리였다. 대국 수를 줄이고 교육이나 견학, 관광 등 좀더 소프트한 프로그램을 늘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회 일정이 수시로 바뀐 것도 시정돼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또 신종 플루 때문에 대회 참가국과 인원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나 대회 기간 중 이틀이나 폭우가 내리는 바람에 다채로운 내용으로 준비했던 '야외 행사'가 지연되거나 축소된 것은 정말 아쉬웠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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