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 지음/레드박스 발행ㆍ240쪽ㆍ1만2,800원
이런 친구 꼭 있다. 성실하고 똑똑한데다 외모도 아주 떨어진다 소리는 절대 듣지 않을 그런대로 괜찮은 여자. 그런데 누가 봐도 꼭 저보다 못난 남자에 목매달고, 결국 그 남자의 못난 점이 싫어 상대를 들들 볶는 여자. 그러다 가끔 괜찮은 남자를 보면 '이 남자가 나를 좋아할 리가 없다'며 자괴감에 빠지는 여자….
10년 전 우리 교육제도의 문제를 고발한 고교 중퇴생으로 주목받았던 '불량소녀' 김현진이 또 책을 냈다. <네 멋대로 해라> <불량소녀백서> <질투하라 행동하라> 등에 이은 그의 이 책은 존중받지 못해서 이렇게'B급 연애'를 하는 불쌍한 여성들을 위로하는 에세이다. 본인도 B급 연애 보균자였음을 고백하며, 주변인들의 생생한 B급 연애사를 들먹이면서 말이다. 질투하라> 불량소녀백서> 네>
시인 정호승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시구가 주는 위로처럼, 나 혼자만 B급 연애를 하는 게 아니라는 데서 받는 위로가 쏠쏠하다. 조용한 곳에서 읽다간 김현진 특유의 블랙 유머로 터져나오는 웃음 때문에 옆 사람의 눈총을 받을 수도 있다.
자칭 페미니스트임을 강조하는 저자는 '신데렐라 콤플렉스' '착한 여자 콤플렉스' '평강공주 콤플렉스'를 앓는 B급 여성들에게 당신 탓이 아니라고 다독인다. 가부장제에 찌든 남성들과 이와 다를 바 없는 여성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얼마나 불쌍한가. 스펙과 몸값 올리기에 열 올리는 88만원 세대인 것도 서러운데, 만날 지는 연애라니.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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