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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기업·정부·국민의 3자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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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기업·정부·국민의 3자 담합

입력
2009.08.2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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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이하 공기업) 선진화 계획이 발표된 이후 1년이 지났다. 얼마 전에는 공기업 경영평가 결과도 발표되었다. 공기업의 예산을 모두 합하면 중앙정부 예산보다 크며 그 역할도 전력, 수도, 화폐, 가스, 철도, 고속도로, 공항, 은행 등 다양한 서비스를 포괄하고 있다. 공기업 개혁을 위해 정부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전히 국민적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다. 과연 우리 공기업의 근본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누이 좋고 매부 좋고'식의 합의

공기업의 문제는 세 가지 담합구조로 요약된다. 먼저 내부담합은 경영진과 노조사이의 문제이다. 공기업 사장의 목표는 임기 중 많은 업적, 장기 재임, 장ㆍ차관이나 국회로의 진출 등일 것이다. 그런데 파업 등으로 노조와의 갈등이 보도되고 시끄러워지면 위 목표가 모두 위협 받는다. 노조는 이를 이용하여 임금인상, 복리후생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공기업 사장은 그 비용을 자신의 주머니에서 빼어 주는 것이 아니므로 요구를 들어 주면서 노조의 협조를 얻고자 한다.

다행히 이러한 내부담합은 설 땅이 줄고 있다. 공기업 사장이 노조의 요구에 굴복하면 당장 감사원이나 국정감사의 지적을 받게 되고 이는 공기업 경영평가를 통해 해당 공기업의 성과급을 낮추게 된다. 앞으로 이러한 성과급 차등을 크게 할수록 담합구조를 더 쉽게 깰 수 있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노조와의 관계에서 원칙을 유지하는 공기업 사장에게 질책이 아니라 오히려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최근 그러한 방향으로 공기업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내부담합 보다 심각한 것은 정부와 공기업의 담합이다. 아직도 많은 공기업이 민간시장을 잠식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핵심 역량과 거리가 먼 분야로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민간기업이라면 수익을 찾아 어떤 분야로든 진출할 수 있으나 공기업은 다르다. 민간부문을 침해할 수 있으며 우월적 지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것을 눈감아 주고 있다. 공기업이 공적 기능을 수행토록 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주어야 하는데 국가재정이 좋지 않으니 공기업이 민간시장에서 벌어서 공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공기업은 정부의 간섭을 덜 받는 수입원을 확보해서 좋고 정부는 재정을 지출하지 않아서 만족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민간기업이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현재의 재정적자 하에서 이를 당장 교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중기계획을 가지고 정부가 이를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 공익성과 수익성을 명확히 구분해 주어야 공기업에게 분명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교정이 어려운 담합은 정부와 공기업의 담합에 국민까지 가세하는 경우이다. 이때의 피해자는 미래 세대이다. 정부는 공기업이 부과하는 전기, 가스, 수도, 교통 등 각종 공공요금을 원가보다 낮게 유지하도록 요구한다. 요금을 적게 내니 국민이야 당장 좋고 선거를 앞둔 정부도 이를 즐긴다.

공기업은 정부로부터 협조 받을 다른 일이 많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수용한다. 이러한 낮은 요금은 대저택이나 단칸방이나 같이 적용된다는 점도 문제이다. 요금을 일률적으로 인상하기 어렵다면 누진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정책적 필요 때문에 공기업에게 각종 사업을 벌이도록 하고 있다.

미래세대에 부채 넘기는 악순환

공기업은 사업을 확장하면 자리도 늘고 승진도 빨라지므로 이를 마다하지 않는다. 국민도 경기가 활성화 된다니 이를 반긴다. 이러한 3자 담합의 비용은 공기업의 부채로 남아 결국 다음 세대에게 폭탄을 넘기게 된다. 일부 공기업은 매년 10조씩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에게 선심을 쓰기 전에 그 장기적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노조만이 아니라 정부와 우리 국민도 가담하고 있는 공기업과의 담합,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인식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ㆍ 미래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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