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은 지난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에 비해 훨씬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충격과 애통함이 주조였다면 이번 국장은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영면을 기원하는 조문이 대세였다.
노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지 20여일 만에, 그것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이 컸다. '정치적 타살'이란 주장까지 나오면서 애도의 감정은 고조됐고, 장례는 공식적으론 국민장이되 자발적으로 치러지는 시민장의 성격이 강했다. 반면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고령과 병력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예견된 '자연사'였다. 물론 고인이 지난달 13일 폐렴 증세로 입원할 당시엔 서거까지 예상하지 못했지만, 입원 37일간 병세 악화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했다.
각계의 병문안이 이어지면서 정치권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차분한 장례를 예비했다. 여기엔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화해 선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북한 최고위급 인사로 구성된 '특사 조문단'이 와서 현 정부 들어 첫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된 것도 화합의 장으로서 이번 국장의 품격을 높였다.
3개월 사이에 두 번의 전직 대통령 장례를 치르며 얻은 '학습 효과'도 있었다. 정부는 김 전 대통령 측과 긴밀히 협의해 '6일 국장'이란 절충안을 마련하고 국회에 빈소를 마련해 고인을 예우하는 등 5월 국민장에 비해 매끄럽고 유연하게 장례를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민들도 서울광장 공식분향소 설치에 맞춰 임시분향소를 자진 철거하는 등 한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이희호 여사가 두 차례 "조용하고 엄숙한 국장이 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런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
국장 기간 엿새 동안 정부ㆍ지방자치단체 공식 분향소 184곳에 72만2,746명(23일 오후 6시 현재)이 조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7일장) 땐 공식 분향소 102곳이 설치돼 조문객 98만5,531명이 다녀갔다. 당시 장의위원회는 덕수궁 대한문 등 민간 분향소를 합해 총 309곳에 500여만명이 조문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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