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술이다. 음주인구 1인당 연간 120병을 마신다. 기원전 3000년경 중동 지역에서 처음 만들었다는 게 정설이다. 소주를 동양으로 전한 사람은 칭기즈칸. 우리나라에는 고려를 침략한 몽골군을 통해 전해졌다. 안동과 개성이 소주 산지로 유명해진 것도 몽골군이 주둔했기 때문. 당시 소주는 쌀 보리 등 곡물 발효주를 증류해 만들었다. 공정이 복잡하고 값이 비싸 귀족들의 술이었다. 지금의 희석식 소주는 식량난이 심했던 1960년대 정부가 곡물을 원료로 하는 증류식 소주 제조를 금지해 탄생했다.
▦ 모든 술의 강도는 알코올 도수로 표시된다. 우리 주세법에는 알코올 도수가 '온도가 섭씨 15도일 때 술의 전체 용량 가운데 알코올의 비율'로 정의돼 있다. 예컨대 상온에서 소주 100㎖에 알코올 20㎖가 들어 있다면 20도 소주가 된다. 법은 증류식 소주는 30도 이상, 희석식 소주는 35도 이하로 정하고 있다. 진로가 1960년대 중반까지 팔았던 증류식 소주의 도수는 40도를 넘었다. 현재 소주의 도수는 대개 18~25도, 맥주는 3~5도, 포도주는 7~15도, 위스키는 35~55도이다. 추운 나라일수록 알코올 도수가 높은 독주를 선호한다.
▦ 명나라 학자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 에는 "소주는 맑음이 물과 같고 맛이 굉장히 진하고 강렬하다"고 돼 있다. 전통 소주는 화끈하고 맵싸하면서도 약간의 단맛과 그윽한 맛이 느껴진다. 87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시판이 가능해진 안동소주는 증류 원액을 오랜 기간 숙성해 은은한 향취와 감칠맛이 뛰어나다. 희석식 소주는 증류한 순수 알코올을 물로 희석한 것으로, 알코올 외의 성분이 적어 원재료의 맛과 향을 느끼기 어렵다. 알코올 향이 소주 맛을 결정하는 셈이다. 물로만 희석하면 맛이 너무 단순해 포도당 등의 첨가물을 넣는다. 본초강목>
▦ 국내 소주업계에 '도수 전쟁'이 한창이다. 진로가 65년에 최초로 선보인 희석식 소주 '진로'의 알코올 도수는 30도. 98년 출시한 '참이슬'은 23도로 시작해 19.8도까지 내려왔다. 최근 출시된 'J'는 18.5도. 경쟁사 롯데주류는 25일 16.8도 소주를 선보인다. 진로는 '저도주(低度酒)'가 아니라 '물탄 소주'라고 비꼰다. 도수가 18도 밑으로 떨어지면 물맛이 짙어져 소주 본래의 맛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롯데는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고 있어 순한 소주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반박한다. 소주 도수가 얼마까지 내려갈지 궁금하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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